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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 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9. 9. 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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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김진욱 역, <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 집문당, 1994.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사회(바이마르 공화국)구성원의 심리가 결국 나치즘의 출현을 잉태했다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대학시절 잔잔한 충격을 안겨줬다.


독재자 '히틀러'에 대한 미시적 집중과 비판은 나치즘을 방관하고 용인한 독일 민중에게 면책을 줄 소지가 있으며, 나치즘을 출현하게 한 군중(유권자)의 심리적 기반과 사회적 성격을 분석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프롬의 지적은 불특정 다수에게 정치적 자유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천하가 흥하고 망하는 데에는 한낱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天下興亡匹夫有責)는 청(淸)나라 유학자 '고염무'의 말은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도 정치적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언어는 행위와 함께 보아야 하며, 그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의 전인격과 함께 보아야 한다"는 프롬의 주장과도일맥상통한다. 행동하지 않는 언어는 타자와 자기를 현혹시키며, 무엇을 분명히 밝히는 대신에 은폐하는 기능을 갖는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의 술책에 현혹되지 말고 현실을 왜곡하는 환상으로부터 벗어날 때만이올바른 자유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말인 듯하다.


<마르크스·프로이트 평전-원제: Beyond the Chains of Illusion; My Encounter with Marx and Freud>은 프롬 자신의 지적 기반을 구성하는 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마르크스와 프로이트 사상에 대한 철학적 소고(小考)라고 볼 수 있다. 평전의 성격보다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성과를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 진보를 논하는 에세이 형식에 가깝다.


프롬은 프로이트를 통해 인간 심연에 존재하는 고립과 공포로부터의 해방을, 마르크스를 통해선 경제적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사회변혁론을 구축했다. 역시 프롬에게 있어 가장 큰 화두는 '자유'다.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선, 또는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선 현실을 왜곡하는 환상의 사슬로부터 해방되야 한다는 것. 그 환상을 깨부수기 위해선 개인적 변혁과 사회적 변혁이 동시에 필요하다. 프로이트로부턴 개인의 변혁을, 마르크스로부턴 사회 변혁을 위한 철학적토대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프롬의 주론(主論)이다.


그리고 양자의 연결 고리는 다름 아닌 휴머니즘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양자택일은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가 아닌 '관료주의냐휴머니즘이냐'이다.프롬의 사회변혁론은 중앙집권적 관료주의가 아닌 민주적이며 지방분권적인 사회주의를 향하고 있다.프롬의 저서에 노장사상에 대한 인용이 심심찮게 나오는 걸 보면 그의사회변혁론은노자(老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작은 나라 적은 백성, 자치·분권형 이상국가)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근대 관료주의는 개인의 욕망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할 수록 갈증을 더 느끼게 하는 소비기아(消費飢餓)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결국은개인의 인격을 정형화된 틀로 고착화시키고 자율성을 말살한다. 스스로를 노예화하고 마비시키는 환상을 극복할 때 비로소 자유와 독립을 얻을 수 있다는 프롬의 신조는 지극히 논리적이지만 실현을 위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상적인 메아리로 들릴 소지도 있다.


하지만 "자유란 단지 폭력에 의한 압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며 '무엇으로부터의 자유' 이상의 것이다. 즉 '무엇에의 자유'인 것이며...독립자가 될 수 있는 자유인 것"이라는 프롬의 적극적 자유론은 거대자본주의와 관료주의에 길들여져 가는 우리를 자극하기에는 아직도 유효하다.


★인상깊은 구절:

"환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계를 만들기 위하여 자기 내외(內外)의 현실에 눈 뜨지 않으면 안된다. 환상의 연쇄(連鎖)가 깨어졌을 때 비로소 자유로 독립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본문 203페이지)

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 - 8점
에리히 프롬 지음, 김진욱 옮김/집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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