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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도가니 탱크… ‘레바논’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6.29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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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의 고통이 응축된 트라우마


200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자, 이스라엘 출신 사무엘 마오즈(Samuel Moaz) 감독을 단번에 명감독의 반열에 올린 첫 작품이기도 하다. 


저예산 작품임에도 전쟁소재 영화로서 압도적인 긴장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감독 자신이 영화에 입문하기 전인 20살 때(1982년) 레바논 전쟁에 탱크 사수병(gunner)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레바논>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전장의 경험이 미학적으로 응축된 리얼리즘 작품이자, 사무엘 마오즈 자신의 젊은 날 초상이다.

1982년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공습을 실시한 직후, 탱크 한 대와 공수부대원들이 현지에 파견돼 테러리스트 잔당을 제거하고 도시를 빠져나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대체로 그렇듯 전쟁에서 피해자는 군인들보단 민간인들이 많고, 선과 악의 이분법적 경계짓기는 무의미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영화 초반부, 닭을 가득 실은 트럭이 탱크의 공격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농부로 보이는 운전수가 사지가 찢긴 채 군인들 앞에서 평화를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가 부르짖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통제되지 않는 탱크의 폐쇄적 공간에서 출발한다. 캐릭터가 너무 다른 승무원들로 가득찬 협소한 탱크 내부는 살육이 벌어지는 밖과는 다른 차원의 공포와 스트레스의 공간이다. 특히, 영화는 외부에서 탱크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시종일관 답답한 탱크 속에서 사격 조준 렌즈(the lens of a periscopic gun sight)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강요한다. 관객의 시각은 극도로 제한받고 생각은 차단돼 있다. 그 제한은 오히려 현미경으로 세균을 보는 것 마냥 전쟁의 적나라한 진실을 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인간은 무쇠가 아니다”


탱크에서 바라보는 전쟁의 진실은 한마디로 파괴되고 죽어가는 세상이다. 무너진 건물들, 절망과 죽음 앞에서 절규하는 사람들, 길거리에 쓰러져 눈물 흘리는 가축의 커다란 눈망울 등을 조준 줌렌즈로 볼 수밖에 없는 탱크의 밀실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의 도가니와 같다. 잔혹한 전장에서 길을 잃어버린 탱크가 비명을 지르며 탈출한 곳은 해바라기 물결이 넘실대는 들판. 희망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희망을 저버린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것일까?


영화 초반, 탱크 내부에 페인트로 쓰인 문구(기갑병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표어인 듯)는 이 영화가 제시하고자 하는 전쟁의 아이러니를 강렬하게 암시하고 있다. “무쇠로 만들어진 건 인간이다. 탱크는 쇳덩어리일 뿐이다” 그 문구와는 달리 영화는 “탱크는 쇳덩어리일 뿐이지만, 인간은 결코 무쇠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레바논

Lebanon 
5.3
감독
사무엘 마오즈
출연
요아브 도나트, 이타이 티란, 오쉬리 코엔, 마이클 모쉬노브, 조하르 슈트라우스
정보
드라마, 전쟁 | 이스라엘, 프랑스, 레바논, 독일 | 92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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