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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히카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지구에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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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5.07.0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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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송병선·김용호 옮김, 21세기북스. 


“나는 리버테리언(libertarian)이다” 


우루과이가 ‘아메리카의 스위스’로 불리는지는 처음 알았다. 독재와 혁명이 반복돼 온 남미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들은 그야말로 ‘혼돈’ 그자체이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남미 주변국에 비해 면적은 매우 작지만 정치, 사회, 노동 여건 등이 가장 선진적인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우루과이에서도 군부독재의 역사는 있었고 투쟁과 저항을 통해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했다. 그 과정 속에서 올해 2월 대통령 임기를 마친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José Alberto Mujica Cordano)와 같은 리더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책은 바로 호세 무히카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다. 무히카는 ‘민족해방운동-투파마로스’라는 게릴라 조직에서 활동하며 군부와 죽기 살기로 투쟁했던 전설적 인물. 13년간 독방 수감생활, 민중참여운동 등에 이어 국회의원으로 진출했고 2009년에 대통령으로까지 이른 인물이다. 우루과이 국민들로부터 페페(Pepe)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현재 상원으로 돌아와 정치 동반자인 아내 루시아와 함께 끊임없이 우루과이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히카는 초창기 정치운동에 뛰어들 당시 아나키즘에 심취한 청년이었던 것 같다. 상당수의 아나키스트들이 그렇듯 독재에 대한 행동(폭력·무력)투쟁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히카는 아나키즘, 마르크스주의, 사회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환경·생태주의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수시로 넘나드는 자유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교조주의의 철창에 갇힌 이념주의자로는 보이진 않는다. “내 가슴속의 철학으로 말하자면, 나는 리버테리언(libertarian)이다. 나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개념 자체를 싫어한다. 나는 어떻게든 인간문명이 이를 극복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앞으로의 문명, ‘생명’이 화두”


그러면서도 그는 공동체를 위한 공공성, 공생(共生) 개념을 강조한다. “인간은 애초부터 천성적인 사회주의자입니다. 우리는 수천 년의 사회주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가 지향하는 최종 화두는 ‘생명’과 ‘자치’로 압축된다. “이제 문명 프로젝트에서는 생명이 화두입니다. 단순히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의 생명을 함께 문제로 삼아야 하죠.”, “우리는 이것을 직시해야 한다. 물 위기와 환경파괴 그 자체가 원인은 아니라는 것을. 원인은 우리가 이룩한 문명의 모델이며, 진정으로 재고해야할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방식이다.”, “이제 우리는 국경 없는 세계를 준비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노동시간, 부의 집중, 물의 확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지구적 투쟁을 위해 기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히카는 독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주적’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짚고자 하는 인식체계를 강조한다. “진정한 적은 우리가 토호세력의 핵이라고 부른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토호, 지주세력 보다는 국제 투기자본 및 신자유주의에 대해 매서운 화살을 겨누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의 비물질적인 신들을 희생시키고 우리의 신전에 ‘시장’이라는 신을 모셨다. 시장 신은 우리의 경제, 정치, 습관, 삶을 재조직하고, 금리와 신용카드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행복은 이런 것이라고 표준을 제시해준다.”, “세계 공동체를 위한 협정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강대국이나 다국적기업, 금융시스템이 인간세상을 지배하게 해선 안됩니다. 과학적 지식의 토대 위에서, 보다 높은 차원의 정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2013년9월 UN총회 연설中)”


군부에 대항했던 그의 군대에 대한 생각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쟁이 발발하면 불과 30분도 채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설령 국가가 점령되더라도 레지스탕스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갖춘 강력한 군대가 필요합니다.…이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반전주의자라고 해서 군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그러면서도 무히카는 군대, 그리고 전쟁이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속성도 지적하고 있다. “나는 오랜 전쟁터에서 적의 존경을 얻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투쟁이란 것이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해요.”


소비와 노동은 우리의 자유를 강탈한다!


우루과이의 큰 지도자 무히카가 바라보는 삶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돼지나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똑같은 존재예요. 유일한 차이란, 인간은 자기 삶을 스스로 빚을 수 있다는 정도겠지요. 인간은 자기 삶을 리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로 보자면,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 역시 부분적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소비’와 ‘노동’이 자유로운 삶을 강탈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내가 무언가를 살 때 그것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 시간에 인색해져야 한다. 시간을 아껴서, 정말 좋아하는 일에, 우리에게 힘이 되는 일에 써야 한다.”, “시간을 우리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을 때, 나는 그것을 자유라고 부른다. 자유롭고 싶다면 소비에 냉정해져야 한다. 그 반대의 길은 과시적 소비를 위해 일의 노예가 되는 길이다. 이것은 당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시간을 빼앗고 말 것이다.”


호세 무히카가 대통령 임기를 끝내는 날, 국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떠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께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 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 저는 언제나 여러분이 있는 이곳에서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혁명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해 온 무히카에게 정치는 무엇일까? 그 중요한 수단은 소통으로 보인다. “정치는 매우 분명한 소통의 방식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이 어떤 주제가 됐든 그와 상관있는 사람들은 물론 상관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던 그가 게릴라 전사에서 대통령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소통과 결코 권위적이지 않은 관계형성, 지극히 검소한 생활방식에서 기인하고, 이것이 국민들에게 강력한 호소력과 신망을 이끌어냈다.


굳이 에피쿠로스 같은 철학자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2012년 6월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리우+20)에서 무히카의 연설은 새삼스런 그 진실을 다시 확인케 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지구에 온 것입니다. 인생은 짧고 이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생명보다 귀중한 것은 없습니다.… 환경문제로 우리가 싸울 때, 환경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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