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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을 위장한 스릴러, ‘White Bird in a Blizzard’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7.0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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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진 스노우(White Bird in a Blizzard, 2014)

감독: 그렉 애러키(Gregg Araki)


콤플렉스 요소는 허술한 부비트랩 


영화를 보다보면, 정신분석 개념인 ‘콤플렉스’(complex)가 떠오른다. 흔히 딸이 어머니에 대해 갖는 적대감을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 반대로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갖는 거세 공포와 반항심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라고 칭한다. 이외에도 열등 콤플렉스, 백설공주 콤플렉스… 등 그 주체가 대상을 바라보는 경향(bias)에 따라 별의별 콤플렉스 용어가 있다. 물론 세상에 콤플렉스 없는 존재는 없다. 콤플렉스에 갇혀 버릴 수도 있고 극복할 수도 있으며, 콤플렉스 자체를 숙명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친구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영화 ‘White Bird in a Blizzard’(눈보라 속 하얀 새)에서는 사춘기 시절,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된 복합적 콤플렉스와 욕망(리비도)이 성인에까지 이어지는 것처럼 묘사된다. 부모(특히 어머니)가 영위하는 삶의 양식과 그 영향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식(딸)에까지 이어지는 독립변수로 작용한다는 것. 딸(쉐일린 우들리)은 이를 의식적으로 밀어내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깊은 늪 같은 어머니(에바 그린)의 잔상에 빠져든다. 


물론 콤플렉스의 늪에 매몰돼 버릴지, 환경변화 등 다른 변수에 의해 이겨내는지는 개인별 편차나 의지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영화는 그러한 콤플렉스 요소를 부비트랩마냥 곳곳에 설치했지만, 정작 극적 반전은 전혀 다른 곳에서 폭발한다.

‘마녀사냥’은 ‘집단 면죄부’를 부여


문제는 이 영화가 그런 상투적인 성장통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섹슈얼리티 주제를 특유의 화법으로 풀어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렉 애러키(Gregg Araki)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섹슈얼리티의 무거운 담론을 재치(?)있게, 반전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성(性)과 관련된 사회제도와 규범 등을 넓은 의미의 ‘섹슈얼리티’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렉 애러키는 영화 ‘미스테리어스 스킨’(Mysterious Skin)에서 억압과 폭력의 섹슈얼리티를 리얼하게 표현한바 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White Bird in a Blizzard’에서도 그러한 성적 억압기제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요리까지 잘하지만, 남편(크리스토퍼 멜로니)과 딸에게 신경질적 언행을 일삼으며 히스테리 환자로 보일 정도인 엄마의 존재는 주변인들에게 불편한 존재로 각인된다. 마침, 그 존재의 사라짐은 주변에 큰 파장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심지어 모두들 지극히 평온한 일상을 지속해 나간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때로는 잔혹한 마녀사냥을 통해 집단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한다. 

일상의 공포는 비겁한 자기합리화에… 


이 영화의 반전은 건실하고 가정적으로 보였던 남편이 딸의 남자친구(실로 페르난데즈)와 동성애를 즐기고 이를 비웃는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 늙어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히스테릭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던 엄마에게 소통과 이해의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엄마가 남자친구와 잤을 거라 의심하기까지 하는 딸, 정작 딸은 남자친구는 물론 엄마의 실종을 수사하는 나이 많은 형사와 관계까지 맺으며 욕정을 푼다. 이웃집 맹인 아주머니는 이를 눈감아버리는 딱한 현실을 상징하는 듯하다. 진짜 히스테리는 그들 전체에 있었고, 모두가 부조리에 침묵하는 공범자와 다름없다. 


“엄마는 아빠를 미워했다. 새끼고양이처럼 ‘캣’이라 부른 엄마는 나를 애완동물처럼 여겼다. 내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탐탁지 않아 했다. 아마도 엄마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집을 나갔을 것이다…” 캣의 이러한 변명이 자기합리화로 보이는 까닭은 무의식의 창(窓)인 ‘꿈’ 속에서 눈보라(Blizzard)에 파묻혀 괴로워하는 엄마(White Bird)와 수시로 대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은 거짓말을 반복하지만 무의식은 그 거짓의 정체를 상징적으로, 때론 직설적으로 반박한다. 


이 영화가 평범한 드라마 장르를 넘어 색다른 스릴러, 공포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우리들의 다양한 형태의 자기합리화가 수많은 ‘White Bird’들을 눈보라 속에 파묻는 참상을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고편]

버진 스노우 (2014)

White Bird in a Blizzard 
7.3
감독
그렉 애러키
출연
쉐일린 우들리, 에바 그린, 크리스토퍼 멜로니, 실로 페르난데즈, 가보리 시디베
정보
미스터리, 드라마 | 프랑스, 미국 | 91 분 |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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