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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당신의 아이덴티티는 진짜인가?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7.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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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

△감독: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미국 작가 길리언 플린(Gillian Flynn)의 동명소설이 원작. 소설과 영화를 비교할 수 없으나 원작만큼 잘 짜인 각본으로 보인다. 학문이나 인격에서 ‘절차탁마’(切磋琢磨: 끊고 갈고 쪼고 갈다)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영화 ‘나를 찾아줘’에 이 표현을 써도 될 만큼 150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수작이다.


시작은 ‘사랑과 전쟁’처럼 유치하게


미주리주에 거주하는 유명인사이며 작가 부부인 닉(배우: 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미국 중산층의 표본으로 보일만큼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인기 동화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주인공인 아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영화는 미국판 <사랑과 전쟁> 분위기로 흘러간다. 하지만 몇 차례의 반전이 숨어 있어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먼저, 바람피우고 빚까지 많은 닉이 이를 타개하고자 아내를 죽였을 것이라는 심증을 넌지시 밑밥으로 깔았다. 아내가 사라졌음에도 별로 당황한 기색이 없을뿐더러 제자였던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운 그는 현모양처 같은 에이미를 배신한 괘씸한 남편으로 보일 수 있고, 여론도 닉을 거세게 비난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반전은 아내 에이미가 이를 미리 계획해 닉을 살인용의자로 만들고 있었다는 것에 있다. 남편 명의의 신용카드로 사치품들을 사 모으고 자신의 생명보험금을 늘리고 임산부의 소변을 이용해 자신이 임신한 것으로 위장하는 등 남편을 엿 먹이기 위한 에이미의 작전은 치밀하기 이를 데 없고, 닉은 시간이 흐를수록 궁지에 몰린다.

반전의 조짐, 컵에 침 뱉는 에이미


두 번째 반전은 캐릭터의 갑작스런 변화에 있다. 에이미가 사람들 눈을 피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에이미의 행동거지가 이전과는 완전히 판이하다는 것. 


폭력 남편을 피해 도망친 여자처럼 위장한 그녀에게 차가울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우연히 만나 친해진 엘렌(배우: 미시 파일)과 자신의 실종사건을 다루는 방송을 보던 중, 자신을 비난하는 엘렌의 음료수 컵에 몰래 침을 뱉는 장면은 스토리의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전의 에이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정체를 보며 애잔한(?) 충격을 받게 된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여론


감칠맛 내는 조미료 효과는 닉이 변호사 태너 볼트에게 사건을 의뢰하면서 나타난다. 변호사와 닉은 부정적 여론을 바꾸고자 토크쇼 출현을 시도한다. 솔직한 뉘우침에 버무린 닉의 담백한 언변으로 여론은 하루아침에 의혹과 반감에서 동정과 호감으로 전환된다. 영화는 그다지 잘 알지도 못하는 닉 부부 관계자들의 추측성 발언에 일희일비하는 대중들의 천박한 냄비근성을 은근히 조롱하고 비웃고 있다.


세 번째 반전, 일상 속 소시오패스

 

허름한 모델에서 현금을 모조리 강탈당해 애초의 계획 추진에 차질이 생긴 에이미는 예전에 자신을 스토킹했던 데시 콜린스(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은신한다. 영화의 세 번째 반전으로, 데시에게 신세 지는 와중에 벌어지는 대참상은 에이미가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것을 확인케 한다.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적응하는 닉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희생으로 둔갑


에이미가 소시오패스라는 결정적인 단서는 감정의 폭발과 광폭한 행동을 보이는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치밀한 계획과 냉정한 감정 컨트롤을 통해 자신을 짝사랑한 데시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이러한 행동이 닉을 위한 희생이었다고 자기합리화를 시도했다는 데에 있다.


마지막 반전, 그녀에게 순응하는 닉


소시오패스의 결혼은 일방적이기 마련. 당연히 그 종말을 고할 것으로 보였던 닉 부부의 결혼생활은 오히려 지속된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에이미가 닉의 정액샘플을 통해 임신해서 결혼생활을 지속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다기보다는 에이미가 짜놓은 맞춤형 틀에 닉이 자신도 모르게 순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에이미 만큼이나 닉도 외부(사회)로 보여지는 자신의 캐릭터, 즉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서로가 조종하고 억압하며 고통을 주지만 “그것이 결혼이야!”라는 잔인한 답변은 결혼이란 제도를 넘어 우리의 사회적 생활방식에 대해 원천적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사회적 동물이라 일컫는 인간의 상호관계는 어느 정도 가식적이고 인위적일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정체성 ‘아이덴티티’(identity)를 속이는 자기기만의 악순환이 과연 행복한 삶인지는 성찰해볼만 하다. 궁극적으로 이 영화는 “사회라는 거울에 비친 당신은 진짜 모습인가?”라고 묻고 있다.


[예고편]


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 
7.6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킴 디킨스
정보
스릴러 | 미국 | 149 분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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