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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고흐를 알아?… 『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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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5.07.2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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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 책과 그림과 영혼이 하나된 사람의 이야기』, 박홍규, 해너머, 2014.


위대한 영혼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안내서


시서화(詩書畫), 시와 글씨와 그림, 언제나 그렇듯 글과 그림은 제법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인다. 이에 비해 ‘화가와 독서’는 왠지 입에 쫙 달라붙는 맛이 없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대체로 시서화는 교양인, 보통인, 취미의 이미지가 강한 반면에 화가와 독서, 특히 ‘문학과 미술’은 전문가, 직업인(쟁이)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고흐(Vincent van Gogh)와 독서는 붓과 캔버스, 펜과 원고지만큼이나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처럼 들린다. 국내외에서 반 고흐만큼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관련서적이 끊임없이 출간되는 화가도 흔치 않은 듯하다. 그만큼 고흐의 삶과 그림은 현대인들에게 진한 호소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화가, 미술전문 아카데미와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던 반 고흐가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림을 통해 이웃들과 소통한 것은 어쩌면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한국의 대표적 아나키스트, 박홍규 교수는 반 고흐의 삶과 더불어 그가 읽고 감동받은 책들을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를 중심으로 집중 조명했다. 저자는 빈센트 반 고흐를 ‘동서양을 초월한 아나키 유토피아의 사상가이자 그것을 표현한 화가’로 평가하고 있다. 빈센트에게 삶의 목적은 자연과 교류하며 사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신과 함께 걷는 것이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빈센트는 자본주의를 부정한 비폭력 사회주의자, 마을 공동체주의자, 아나키 유토피아주의자로 평생을 살았다는 것이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 1885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빈센트가 사랑한 종교철학책으로는 ‘성경’이 제일 먼저 발견된다. 하지만 그는 제도권 교회의 횡포와 비인간성에 환멸을 느꼈다. 빈센트는 예수를 완전한 이상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로 평가한 르낭의 저서 <예수의 생애>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외에 버니언의 <천로역정>,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톨스토이의 <나의 종교>, 빈센트가 가장 사랑한 화가 밀레의 전기 <장 프랑수아 밀레의 삶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는 신의 섭리를 교회가 아닌 자연(농촌)과 더불어 노동자, 농민, 창녀, 광부 등 가난하고 버림받은 계층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예술에서 찾고자 했던 것 같다. 빈센트 스스로 가장 걸작이라고 말한 <감자 먹는 사람들>은 ‘농민 화가’ 빈센트의 철학과 사상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저자는 반 고흐가 사랑한 시인으로 낭만주의 시인 키츠, <별이 빛나는 밤> 등의 밤그림을 연상케 하는 시를 쓴 롱펠로, <풀잎>의 휘트먼, 독일의 국민시인 하이네, 대문호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세계를 설명한다. 빈센트가 사랑한 프랑스 문학으로는 미슐레의 <사랑>과 <인민(민중)>, 볼테르의 <캉디드>, 발자크의 <시골의사>,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사형수 최후의 날>, <93년>, 졸라의 <사랑의 한 페이지>, <제르미날>, <작품>, <목로주점>, 로티의 <국화부인>, 모파상의 <벨아미>, <피에르와 장>, 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페퀴세>, 공쿠르 형제의 <마넷 살로몽>, 도데의 <타라스콩의 타르타랭>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반 고흐가 사랑한 영문학으로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칼라일의 <의상철학>,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어려운 시절>, <두 도시 이야기>,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사일러스 마너>, <급진주의자, 펠릭스 홀트> 등과 함께 빈센트가 그린 다양한 그림들이 어우러진다. 고흐가 대체로 높이 평가한 책들의 면면을 보면, 권력화된 기성 종교를 비판하고 핍박받는 민중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낸 종교서적, 정치경제적 진보와 더불어 인류의 도덕적 깨침을 강조하는 철학서적들, 자신의 삶과 비슷한 과정을 겪었던 작가들과 그와 비슷한 주인공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작품, 무엇보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처럼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며 숭고한 정신을 실천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을 무척 사랑한 듯하다.


고흐가 사랑한 책들 중에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저자는 빈센트가 읽은 수많은 책들 중에 다섯 권은 꼭 읽어보길 권유한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의미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미국 노예해방의 계기가 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한다. 빈센트 역시 두 책을 너무나 좋아해 자신의 그림 <아를의 여인(1890)>에 그려 넣기까지 했다. 세 번째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이다. 두 작품 모두 노동자의 저항을 다루고 있다. 박홍규는 그 저항이 정치적 혁명으로 표현된 것이 <레미제라블>, 경제적 파업으로 나타난 게 <제르미날>이라고 분석한다. 

▲2006년 9월 동대문시장. 공사장 칸막이에 그려진 반 고흐의 작품이 시장풍경과 묘하게 어울려 촬영했다.[사진=아나키안]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한 농민 화가


그리고 이러한 모든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보여주는 것이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나의 종교>라고 매듭 짓는다. 저자가 말하듯 고흐는 “밥을 먹듯이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과부를 사랑하고 버려진 여인을 사랑하고 구빈원 노인들을 사랑하며, 화가들의 공동체를 꿈꾸고 그만큼 상처받고 아파하고, 궁극적으로 예수와 부처 같은 최상의 예술가를 꿈꾸다가 동생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또, 고흐는 “농부가 평생 땀 흘려 밭을 일구듯이 자신은 캔버스를 일군다.”고 말한바 있다.   


<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은 독서에 있어서 자신만의 일가(一家)를 이룬 지식인, 박홍규의 깊은 내공과 더불어 고흐에 대한 그의 남다른 사랑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책이다. 또한, 그간 피상적으로 전시되고 해석됐던 반 고흐의 삶과 그의 그림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북과 같은 책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위대한 예술가이며 현대미술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화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가난과 힘든 노동에 죽살이치고, 깊은 상처와 소외에 몸부림치는 밑바닥 이웃들과 함께 하다 죽은 또다른 이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의 ‘마하트마’(Mahatma)를 반 고흐에게 부여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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