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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파크’의 메시지… “당신은 이 현실에서 자유로운가?”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 7. 3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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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켄 파크(Ken Park, 2002)

△감독: 래리 클락, 에드워드 라흐만


쓰레기 같은 현실과 쓰레기 취급 당하는 그들


한 소년이 펑크음악을 배경으로 보드를 타고 캘리포니아주 중남부 소도시 비세일리아(Visalia) 한적한 거리를 가로지른다. 또래 아이들이 있는 스케이트보드장 중앙으로 올라간 소년은 조용히 캠코더와 권총을 꺼내는데, 자신의 머리를 향해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영화 《켄 파크 Ken Park》는 자살한 소년 ‘켄 파크’와 그 친구들의 우울한 일상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스크린에서 아름다운 구석이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켄 파크》는 10대들의 방황과 고뇌를 ‘성장통’으로 미화하는 쓰레기 영화가 아니라 쓰레기 같은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자연주의’ 작품이다. 영화 속 그림들이 영화 밖 실제와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무지(無知)이거나 알면서도 부정하는 무치(無恥)일지도 모른다.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공동으로 협업한 이 작품에서 나름대로 고상한 메시지를 끄집어내기란 영화 속 불편한 장면들을 보는 것만큼이나 힘들어 보인다. 영화는 죽은 ‘켄 파크’와 그의 친구들에게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영화 초반, 클로드와 아버지의 갈등은 단순히 부자지간 소통의 부재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뻔뻔한 권력자의 보이지 않는 족쇄가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다.


등장하는 10대들 중에서 ‘숀’은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 가는 캐릭터로 보인다. 그는 여자친구 ‘한나’의 엄마 ‘론다’와 성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소년이 숀이다. 반면,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강한 소년 ‘클로드’는 임신한 어머니와 술에 찌든 폭력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다. 


기독교적 신앙심이 광적(!)으로 두터운 홀아버지와 살아가는 여학생 ‘피치스’는 엄마를 닮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아버지의 비정상적인 속박을 받고 있다. 피치스는 자신의 방에서 남자친구와 성적 유희를 즐기는 와중에 아버지에게 들켜버리고, 남자친구는 아버지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한다.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테이트’는 한마디로 질풍노도의 전형이다. 사디스트적 면모를 보이는 그는 단어를 맞추는 보드게임에서 수시로 사기를 일삼는 할아버지와 자신의 사생활을 수시로 침해하는 할머니를 살해한다. 어쩌면 테이트에게 조부모는 아집으로 똘똘 뭉친 속물들로 비춰졌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테이트는 경찰에게 체포된다. 숀, 클로드, 피치스는 그룹 섹스를 평화롭게 즐긴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자살하기 전의 ‘켄 파크’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켄 파크는 여자친구의 임신소식을 듣고 유산을 넌지시 제안하지만, 여자친구는 “네 엄마가 널 유산시키지 않아서 기쁘지 않냐?”고 되묻는다. 


이 정도로 얘기하면 영화 속 어른들보다 10대들이 훨씬 부도덕하고 몰염치하게 비친다. 하지만 나의 해석은 그 반대. 딸(한나)의 남자친구(숀)와 성관계를 맺으면서도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 론다, 딸(피치스)이 타락했다고 분노하면서도 그녀와 근친상간(또는 근친결혼)을 시도하는 아버지, 겉으론 유약한 아들을 다그치며 마초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잠자리에 몰래 들어와 구강섹스를 시도하는 장면은 그 모든 게 자기기만의 허상이며 가식에 불과했다는 걸 반증한다. 손자(테이트)에게 살해당하는 와중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넋두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가족 앞에 태연하기 이를 데 없는 론다를 비롯한 영화 속 어른들은 자기성찰이 전무한 파렴치한 존재들로 비친다.


이 영화를 보고 사춘기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들의 역할, 어른이 부재한 시대, 청소년의 자기정체성 찾기 등을 운운하는 것은 꼴사나운 어른들의 마스터베이션만큼이나 역겹다. 《켄 파크》는 어른들이야말로 10대들의 자존감, 삶의 고귀한 가치를 무참히 짓밟는 ‘파괴자’, ‘착취자’라는 것을 외치고 있다. 성기노출을 비롯해 노골적인 자위행위 묘사와 구강섹스, 난교와 온갖 변태적 행위들을 보며 “뭐 이따위 영화가 있어?”라고 말하기 전에 “저 더러운 현실 앞에 나는 진정으로 자유로운가?”라고 자문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진짜 어른이라면… 



켄 파크

Ken Park 
5.5
감독
래리 클락, 에드워드 라흐만
출연
제임스 랜슨, 티파니 리모스, 스티븐 자소, 제임스 불러드, 마이크 애팔레테기
정보
드라마, 성인 |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 96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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