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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랑, 현대판 중화(中華)를 외친다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 7. 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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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랑(戰狼 Wolf Warriors, 2015)

△감독: 오경


안좋은 건 모조리 갖췄다


무술은 끝내주나 연기력이 다소 걸쩍지근한 오경(吳京 Jacky Wu)이 어설픈 각본으로 북치고 장구치는 액션물. 중화권에서 대히트를 친 영화이기에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지 구경했건만, 불타는 애국심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연평해전》과 가족의 숭고한 희생을 부각시키는 《국제시장》만도 못한 신파극이었다. 


개인적으로 지배권력의 이데올로기와 그 중심담론을 확대·재생산하는 예술작품은 그 장르와 분야를 초월해 모조리 쓰레기로 간주한다. 진짜 예술이 찬양해야 하는 대상은 주류가 아니며, 관심 가져야 할 이웃은 권력 밖에 내팽겨쳐진 소외된 아웃사이더이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처럼 《전랑》은 중화민족의 대동단결을 부르짖으며 패권을 과시하는 정치선전물, 대국민 홍보영상이다.


그 내용이 어찌됐든 이연걸,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등이 출연한 《영웅》에는 감각적이고 섬세한 영상미학이라도 있건만, 《전랑》은 초·중등 교육용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듯하다. 실전 무술에선 고수일지 모르겠지만 액션의 미학은 투박한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는 오경은 성룡, 견자단 등의 액션선배들에게 좀 더 많은 개인교습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국가주의, 여성비하, 인종차별의 완벽한 3박자


《전랑》을 대놓고 쓰레기라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중화사상을 고취하기 때문이 아니라 낭만적 마초이즘(Machoism)을 넘어선 여성비하와 인종차별의 낌새까지 포착되기 때문이다.

특수부대 ‘전랑’의 총사령관이 여자라고 희희낙락하거나 작전수행 중 여자 상관에게 수작을 부리는 작태는 애교로 넘어가기에는 몹시 불편하다. 여성 사령관의 역할을 허수아비, 핫바지로 전락시키면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끈끈한 의리와 불굴의 활약을 부각하는 스토리 역시 역겹기는 마찬가지. 


국경 넘나드는 테러리스트, 외국인 용병들과 육박전을 벌이는 와중에 중국말도 못하냐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모자라 “중국의 기상에 도전하는 자는 숨을 만한 안전한 곳이 없다”며 G2의 위용을 널리 과시하기까지 한다. 

‘중국판 람보’의 불길한 징조


전랑에는 두 종류의 늑대들이 혈투를 벌인다. “내가 왜 싸우는지 알아? 돈 때문이야”라고 외치는 자본논리에 충실한 용병들과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경도돼 망설임 없이 목숨을 바치는 인민해방군. 때론 범죄조직뿐만 아니라 정부도 국민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용병을 쓴다. 물론 국제마약 조직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용병들이 악인으로 나오는 걸 제외한다면 ‘자본’과 ‘국가’는 명분은 대등한 매칭이 아닌가.


잭 스나더 감독의 《300》이 수천년간 내려온 서구인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작품이었듯이 장예모의 《영웅》을 비롯한 상당수의 중국 무협물들도 이와 다름없으며, B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랑》 역시 그 고질적인 매너리즘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국제정치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단계로 가고 있는 작금의 중국의 힘을 반영해, 사극에서 벗어나 현대물로 변형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판 람보는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 같다. 


[예고편]


전랑

Wolf Warriors 
3.7
감독
오경
출연
오경, 여남, 스콧 앳킨스, 케빈 리, 예대굉
정보
액션, 전쟁 | 중국 | 90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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