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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 추악한 오아시스 ‘그린존’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 8. 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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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명분으로 포장된 더러운 전쟁


전쟁영화 중에서도 어느 정도의 수준 이상을 보여준 작품들을 임의대로 분석한다면 3~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옥의 묵시록》이나 《플래툰》처럼 전쟁의 광기와 참상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 《블랙 호크 다운》,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극한의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부각시키는 작품. 《퓨리》, 《아메리칸 스나이퍼》처럼 독보적인 영웅에 방점을 찍은 작품.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아닌 오직 화려한 액션에 모든 물량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물론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든 영웅은 꼭 등장할 수밖에 없는게 전쟁영화의 숙명처럼 보인다.


한편으론, 민주주의 국가와 독재국가의 대립구도처럼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한 작품들이 높은 평점을 받은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반면, 지옥 속 아귀다툼 같은 전쟁의 참상이 권력투쟁(헤게모니 쟁탈전), 정치판의 연속이며 대내외에 내건 전쟁의 명분이 실제론 허상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작품들은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가 흔하다. 베트남 전쟁처럼 이데올로기 대립과 무의미한 희생, 중동전쟁처럼 경제적 이익을 보편적 대의명분으로 포장한 추악한 전쟁 등이 그 단골 주제이다. 



기자 출신답게 고발성이 짙은 작품들을 제작해 주목을 받았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 그가 감독을 맡고 맷 데이먼이 주연한 《그린존(Green Zone)》은 허울뿐인 명분(대량살상무기 제거 및 세계평화 유지)을 만들고 사실을 조작해 전쟁을 감행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적이 없으면 가상의 적을 만들어서라도 무한전쟁을 지속하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꼬집고 있다. 그러한 세계전략의 배후에는 군사, 금융, 자원(석유), 식량이라는 4가지 핵심가치를 장악하고자 하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숨어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영화 제목 ‘그린존’은 2003년 작전명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를 위해 파견된 미군의 진짜 정체를 까발리는 가장 효과적인 아이템으로 보인다. ‘그린존’은 후세인 정권 붕괴 뒤 그가 사용하던 바그다드 궁을 개조한 미군의 특별 경계구역. 미군 사령부 및 이라크 정부청사가 자리한 전쟁터 속 안전지대를 가리킨다. 폐허가 돼버려 물과 식량이 부족한 바그다드와는 달리 고급수영장과 호화식당, 클럽들이 들어선 그린존은 이라크 전쟁의 아이러니와 진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린존》은 미 국방부의 숨은 음모 외에도 언론의 사명을 저버린 기자들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월스트리트저널 여기자는 고위관료가 제공한 근거가 불확실한 정보를 기사로 내보내 전쟁의 명분을 확고히 하고 이라크 침공을 용인한 공범자와 다름없다. 비판의식 없이 주는대로 받아 적고, 특종에 눈 먼 언론들의 작태를 고발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처럼 비록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그린존》은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으면서도 이라크 전쟁의 숨겨진 음모를 고발하고자 하는 치밀한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앞서 얘기했듯 장르의 특성상, 전쟁영화의 여러 가지 유형 속에는 크든 작든 히어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린존》에서 로이 밀러(맷 데이먼) 준위 역시 이라크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다른 전쟁 영웅들과 차원적으로 다른 이유는 총 잘 쏘고 사람 잘 죽이는 ‘카우보이’여서가 아니라 더러운 전쟁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는 정직한 군인이기 때문이다.  


[예고편]


그린존 (2010)

Green Zone 
7.9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그렉 키니어, 브렌든 글리슨, 에이미 라이언, 칼리드 압달라
정보
액션, 스릴러 | 프랑스, 미국, 스페인, 영국 | 115 분 | 20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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