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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맥스’보다 쫀득쫀득한 ‘더 웰’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8.1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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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웰(The Well, The Last Survivors, 2014)

△감독: 토마스 S. 함모크(Thomas S. Hammock)


가위눌림의 기괴한 체험


물과 석유를 소수가 독점하는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지 밀러(George Miller)’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엇비슷하지만, 장르가 어드벤처가 아닌 ‘스릴러’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욱이 시종일관 폭주하는 블록버스터 《매드맥스》에 비해 너무나 아담한 《더 웰》은 쫀득쫀득한 긴장감과 더불어 막판에는 시원한 액션도 선보이는 ‘수작’이라고 평가한다. 싸구려 B급이라고 생각하고 봤다간 자칫 뒤통수를 맞을 소지가 있다.

오랜 가뭄으로 모든 것이 말라버린 미국 오리건주 어느 계곡에서 ‘우물(Well)’을 둘러싸고 사투를 벌이는 소녀의 생존기라는 비교적 단조로운 스토리를 나도 모르게 끝까지 숨죽이며 보게 되는 건 기막힌 연출력에서 기인한다. 


폐허가 돼버린 앙상한 건물 속을 아슬아슬하게 헤집고 다니는 여주인공 켄달(Kendal, 배우: 헤일리 루 리차드슨)과 자원(water)에 대한 소유욕에 눈이 멀어 인간성을 상실한 자들이 같은 공간 속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원근법과 파티션(칸막이) 기법이 인상 깊다. 마치 가위눌림에서 출현하는 어떤 존재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 같은 기괴한 체험이다. 


공포는 무지가 아니라 앎에서


소녀가 소지하고 있는 망원경은 멀리 있는 것을 보기 위한 유용한 도구처럼 보이진 않는다. 차라리 존재성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만화경’에 가까워 보인다. 또, 그 존재는 미지의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 어느(some) 무엇이 아니라, 어렴풋이 인식하고는 있으나 분명치 않은 어느(a certain) ‘존재자’(existent)처럼 느껴진다. 그 존재자는 소녀가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지만, 그 본질(선과 악)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다.   

단순한 플롯 속에서도 의미심장한 철학적, 미학적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목사를 대동하고 설교하며 마을사람들을 학살하는 카슨(Carson) 일당의 모습에서 땅과 자원을 무단점유·사용하고 모든 것을 식민화하는 제국주의자의 면모를 엿본다. 목마른 부랑자들에게 베푼 선의의 행동이 오히려 나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경고는 인간본성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왠지 모를 재패니메이션의 향기가


《더 웰》에서는 느닷없이 일본도(刀)가 출현한다. 일본도가 그간 다락방에서 몰래 동고동락한 딘(Dean, 배우: 부부 스튜어트)을 위한 복수혈전에 사용되기에 앞서 영화는 이를 위한 복선을 대놓고 보여주고 있다.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흔적(미장센)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악당 카슨 부하들의 그로테스크한 복장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서 언뜻 본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소녀가 비행기를 타고 죽음의 계곡을 탈출하는 엔딩도 어느 재패니메이션에서 경험한 것 같은 기시감이 엄습한다. 무엇보다 황량한 마을을 스쳐가는 구슬픈 OST는 그 주체는 알 수 없지만 동양적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마지막으로, 《더 웰》에서 헤일리 루 리차드슨(Haley Lu Richardson)이라는 범상치 않은 여배우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다. 별로 근거 없는 전망이지만, 머지않아 왠지 큰 일 낼 것만 같은 마스크와 잠재력을 갖춘 듯하다. 


[예고편]


더 웰

The Well 
7.3
감독
토마스 S. 함모크
출연
헤일리 루 리차드슨, 부부 스튜어트, 맥스 찰스, 니콜 폭스, 마이클 웰치
정보
액션, 공포 | 미국 | 95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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