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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도취 작가주의 ‘스트레인저랜드’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8.1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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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트레인저랜드(Strangerland, 2015)

△감독: 킴 파란트


재료는 좋았으나 요리는 맛없어~


오직 글을 쓴 당사자에게만 유의미한 텍스트는 다이어리 낙서만큼의 가치만 있을 뿐이고, 연출가에게만 재미있는 영화는 타인의 마스터베이션을 강제로 보는 것만큼이나 심히 불쾌하다. 식재료(스토리)와 양념(배우)이 고급이라서 큰 기대를 하고 식탁에 앉았건만, 결국 형편없는 요리를 먹어야 하는 ‘웃픈’ 경험이다. 

킴 파란트(Kim Farrant) 감독의 《스트레인저랜드, Strangerland》는 초점을 완전히 잃은 뿌연 사진이거나 초점이 지나치게 많은 정신 사나운 다초점 사진과 같다. 하긴 그런 사진들도 유명작가가 찍으면 심오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꼴을 종종 본다. 


더욱이 그 다양한 초점마저 엉뚱한 곳으로 맞추는 바람에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뭔가 철학적이고 깊은 울림을 주고자 하는 작가주의가 헛다리를 짚으면 상당히 민망해지기 십상이다. 《스트레인저랜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자아도취적 작가주의의 진면목이다.

왠지 보수적일 것 같고 위압적인 아버지(조셉 파인즈), 자상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보이는 어머니(니콜 키드먼), 너무(?) 자유분방한 딸(매디슨 브라운)과 사춘기처럼 보이는 아들(니콜라스 해밀턴). 이 모든 요소들은 폭풍전야의 조짐이다. 사막으로부터 불어오는 모래폭풍이 마을을 휩쓴 날 어김없이 아이들이 사라졌다. 물론 연출가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장면을 대놓고 보여줘 관객의 한줄기 호기심을 앗아간다. 


아이들을 찾기 위해 경찰(휴고 위빙)이 탐문과 수색을 벌이는 과정에서 딸과 관련된 에피소드(철없는 10대의 섹스스캔들과 다름없어 보임)와 성도착증 환자처럼 보이는 어머니의 이상행동이 보는 이들을 당황케 하지만 이런 것들이 아이들이 집나간 이유가 될 수 없을뿐더러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전혀 관계성이 없다는 점에서 두 번 당황한다.

사실, 아버지는 깊은 밤 아이들이 가출하는 것을 지켜봤지만 막지 않았고, 어머니는 딸이 심정을 기록한 일기장(그림 낙서)을 보지만 오히려 이를 곡해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실종된 근본적 원인이 소통이 부재한 가정 내에 있다는 상투적 접근법도 못마땅하다. 소통만병통치약 논리는 이제 지겹다. 촌구석이 싫어 대도시로 도망간 경우도 꽤 있지 않나. “그 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이라고 후회하는 아버지의 고백이 그다지 가슴에 와 닿지도 않는다.


영화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혼미한 모래폭풍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멋진 시도를 해보지만 큰 효과를 주진 못한 듯하다. 스토리가 본격 전개되는 출발점은 아이들의 실종인데 그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게 하는 ‘마녀사냥’의 소지도 다분하고, 그 결과마저 통속적으로 끝나버렸다는 찜찜함을 남긴다.

영화 제목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존재는 평범한(!) 자연환경과 마을사람들 속에서 미친년으로 손가락질 받을 만큼 과도한 성충동에 사로잡힌 캐서린(니콜 키드먼) 뿐이었으며, 영화 속 주제나 미학적 상징과는 전혀 관계없이 관심을 끄는 것은 니콜 키드먼의 능숙한 연기뿐이었다. 


[스트레인저랜드 예고편]   


스트레인저랜드 (2015)

Strangerland 
4
감독
킴 파란트
출연
니콜 키드먼, 휴고 위빙, 조셉 파인즈, 션 키넌, 매디슨 브라운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오스트레일리아, 아일랜드 | 112 분 |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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