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나이퍼 영화의 고전, 에너미 앳 더 게이트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8.22 17:54

본문

△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2001)

△ 감독: 장-자끄 아노(Jean-Jacques Annaud)


2차 세계대전의 완벽한 미장센

 

게임을 영화로 리메이크한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는 유명 FPS게임 《콜 오브 듀티》가 오마주할 정도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전쟁영화다. 그만큼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미장센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스탈린그라드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각국이 제작에 참여한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세계전쟁사에 큰 획을 그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이 전투는 1942년 8월21일부터 1943년 2월2일까지 당시 스탈린그라드(볼고그라드)에서 소련군과 독일 나치군 간에 벌어졌고 결국 소련이 승리를 거뒀다.


소련과 미국의 스나이퍼… ‘바실리’와 ‘카일’


실존했던 스나이퍼(저격수) ‘바실리 자이체프’(배우: 주드 로)의 활약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 American Sniper, 2014》에서 전쟁영웅으로 등장하는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과 묘하게 중첩된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가 강력한 화력을 갖춘 나치에 승리를 거둔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상징하는 인물 ‘바실리’를 그려냈다면,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전쟁에서 전설로 불리는 네이비실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고독한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전쟁의 참상, 부조리보다는 고독한 영웅을 부각시켰다고 평가한다.


소련의 인민영웅 바실리와 미국의 자유주의 수호자 카일은 스나이퍼라는 공통점 외에도 전장에서 발군의 활약을 통해 아군의 생명을 지켜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히어로이다. 물론 바실리는 소련의 선전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와 흐루시초프(밥 호스킨스)에 의해 ‘만들어진’ 영웅일 수도 있다. 바실리 역시 이에 대한 과대선전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반면, 아메리칸 영웅 카일은 치열한 전장과 평온한 일상의 경계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분열적’ 존재성을 드러낸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바실리와 타냐(레이첼 웨이즈)의 뜨거운 로맨스는 저격수들의 대결만큼이나 흥미롭다.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영웅주의 코드를 갖고 있음에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영웅의 이면에 숨겨진 피폐화된 개인의 존엄과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광기로 얼룩진 전쟁의 잔혹함과 몰인간성을 리얼하게 묘사하면서도 전장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사랑과 질투로 인한 비극 등을 섬세한 감정선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긴장감 넘치는 총격(저격) 장면에 숨죽이며 몰입하도록 만든다.


굳이 비교하자면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톨스토이의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전쟁 속 로맨스를 그려낸 킹 비더(King Vidor) 감독의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1956》에 가깝고,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전쟁의 실상을 현실감 있게 고발했다는 점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의 《7월 4일생, Born on the Fourth of July, 1989》과 매칭이 되는 것 같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면면히 흐르는 이데올로기는 단연코 마초이즘이다. 이는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비슷한 전쟁영화, 스나이퍼 소재의 영화임에도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는 그러한 마초이즘은 보드카를 홀짝이며 목에 핏대를 세우는 흐루시초프의 캐릭터에서나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인간성을 말살하는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에너미 앳 더 게이트》는 영웅주의보다는 로맨스에 기울어져 있어 오히려 가슴에 와 닿는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에는 고뇌하고 갈등하는 개인이 드러나 있지만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등의 명작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숭고한(!) 영웅주의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는 소비에트의 붉은깃발을 연상하기 힘들지만,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거칠게 펄럭이는 성조기가 어른거린다. 쉽게 말해 러시아의 바실리가 낭만적인 투사에 가깝다면, 미국의 카일은 서부의 고독한 총잡이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예고편]


에너미 앳 더 게이트 (2001)

Enemy at the Gates 
9
감독
장-자끄 아노
출연
주드 로, 조셉 파인즈, 레이첼 웨이즈, 밥 호스킨스, 에드 해리스
정보
액션, 전쟁 | 독일, 영국, 아일랜드, 미국 | 131 분 | 2001-05-19
글쓴이 평점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