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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싱거운 칵테일, 《사이언스 칵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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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5.09.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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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칵테일,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즌 4》, 강석기 지음, MID, 2015년.


의학, 식품, 고생물학, 신경과학, 물리, 화학 등 자연과학 각 분야의 이슈들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리즈는 자타가 인정하는 ‘추천’ 교양도서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종종 느끼는 경험으로, 지식전달 기능의 전문성과 재미를 유발할 수 있는 흥미꺼리를 두루 갖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고 해도 어느 수준의 배경지식이 없다면 결국 고리타분한 과학서적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고, 흥미 요소에만 집중한다면 교양도서로서의 매력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


같은 텍스트라도 독자의 구미에 따라 인상 깊은 구절도 각양각색. 《사이언스 칵테일》에서 첫 번째로 인상 깊었던 파트는 ‘후성유전학’을 다룬 <잘 되면 제 탓, 못 되면 엄마 탓?>이었다. 요컨대 유전이냐 환경이냐의 논쟁, 운명도 유전된다는 결정론적 시각과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유전자도 개선될 수 있다는 담론. 하지만 카오스 이론만큼이나 명쾌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류는 진보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환경오염과 더불어 유해한 화학물질이 우리 유전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생인류가 지속적으로 진보한다는 보장은 없고, 공룡이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멸종의 길로 갈 수도 있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듯 지구라는 행성이 멸망하지 않더라도 현생인류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총 9개의 장으로 이뤄진 《사이언스 칵테일》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 중에서 과학적으로 명쾌하고 단호한(!) 결말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사실 거의 없다. 물론, 수영장을 소독할 때 쓰는 염소 성분이 사람들이 분비한 땀이나 오줌(요소, 아미노산, 요산 등)과 화학반응 하면서 만들어진 염화시안, 삼염화아민 같은 분자가 폐와 심장,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끼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1976년 자이르(콩고)에서 발생한 에볼라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 확실한 치료법도 아직 개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수억명의 사람들이 매일 꾸는 개꿈의 원인도 명확히 알 수 없다. 과학이 갈 길은 멀어 보이고 이런 점에서 ‘첨단’ 과학이라는 말은 매우 건방진 용어처럼 들린다.


이 책은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미끄러지는 이유>처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주제에서 토성과 천왕성 사이에 있는 ‘켄타우루스소행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흥미로운 소재들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하지만, 《사이언스 칵테일》이라는 제목만큼이나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 철학 등과 ‘통섭’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어 다소 아쉽다. 


3년 연속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믿고 보는 과학책’이라고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이나 《신 없는 우주》의 ‘빅터 J. 스텐저’처럼 과학자의 전문성과 저널리스트로서의 화려한 텍스트를 두루 경험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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