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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의 자아, 미스터 브룩스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9.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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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브룩스(Mr. Brooks, 2007)

△감독: 브루스 A. 에번스


내 안의 부조리를 목격할 때…


성공한 사업가인 미스터 브룩스(케빈 코스트너)의 또다른 자아는 살인중독자. 다른 이름으로 말하자면 사이코패스에 가까워 보인다. 대체적으로 사이코패스는 충동적인 경향이 짙다고 하지만 브룩스는 상당히 냉정하고 치밀할 뿐만 아니라 감수성도 꽤 많아 보인다. 

유전 탓인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보이는 딸을 걱정하고 눈물 흘리며 희생적(?) 살인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심히 당황케 하지만 자기중심적 세계관의 확장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신에게 기도하는 장면에서 부조리한 존재의 극치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브룩스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행각에 대해 깊은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하지만, 잔혹무도하고 질펀한 피의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들과는 달리 브룩스는 극도의 절제 속에서 자행되는 살인을 통해 유미주의적 쾌감을 느끼는 듯하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에서 조디 포스터가 있다면, 《미스터 브룩스》에서는 앳우드 형사역으로 ‘데미 무어’가 등장한다.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앳우드 형사의 강인하고 지적인 캐릭터 뒤에는 깊은 ‘트라우마’가 웅크리고 있다. 이러한 트라우마적 요소는 살인에 중독돼 있는 브룩스와 묘하게 중첩되며, 보이지 않는 자력을 통해 서로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앳우드의 역할은 양들의 침묵에서 조디 포스터의 아우라만큼 인상 깊진 못했다.

마치 악마가 사람을 꼬드기듯 브룩스 옆에서 시종일관 맞장구를 쳐주는 가공의 존재 마샬(윌리엄 허트)은 브룩스가 자기방어기제로써 창조해낸 제2의 자아처럼 보인다. 분열된 자아의 파편일 수도 있는 ‘마샬’과 ‘브룩스’의 평행적 관계가 앳우드 형사에 비해 상당히 흥미롭다. 


그 경계가 애매하긴 하지만 브룩스가 사이코패스이든 소시오패스이든, 피라미드 사회구조의 최상부에 있는 미국 상류층의 은밀하고 부조리한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까발리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존재자는 자신을 둘러싼 부조리한 환경을 목격할 때, 강한 저항과 더불어 자유를 향한 의지를 깨닫는다. 하지만 운명처럼 거스를 수 없는 존재 자체 속의 부조리를 체감할 때, 저항은 순응으로 자유의지는 무책임한 악순환의 늪에서 침식될 소지가 있다. 《미스터 브룩스》에서는 자기 부조리와의 대면에서 패배하고 침몰하는 존재를 목격할 수 있다.  


[예고편]


미스터 브룩스 (2015)

Mr. Brooks 
7.1
감독
브루스 A. 에번스
출연
케빈 코스트너, 데미 무어, 데인 쿡, 윌리엄 허트, 마그 할렌버거
정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120 분 | 201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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