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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찬양했던 아프간…The Beast of War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5.09.0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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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스트(The Beast of War, 1988)

△감독: 케빈 레이놀즈


시대가 변하면 악당도 바껴


1964년 8월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구실로 개입함으로써 국제전으로 확대된 베트남전쟁과 1979년 12월 소련이 전격 단행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냉전시대를 주름잡았던 두 강대국이 주도한 전쟁이라는 점,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모두 철수했다는 점 등에서 유사성이 많다. 


초강대국 미국이 패배한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소비에트 연방-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다룬 작품은 상대적으로 많진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 시리즈는 두 전쟁을 모두 다루는, 넓은 오지랖을 과시한다. 

▲람보3 포스터.


1988년 개봉한 《람보3》와 《비스트, The Beast of War》는 아프간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포커스는 사뭇 달라 보인다. 두 작품 모두 전쟁의 잔혹함을 묘사하고 있으면서도 《람보》가 액션, 활극 요소가 강한 반면에 《비스트》는 전쟁의 비인간성에 좀 더 강조점을 둔 것 같다. 물론 두 작품 모두 악당으로 소련장교가 등장하는데, 무고한 아프간 주민들을 죽이고 마을을 파괴하는 학살자로 그려진다. 


《람보3》에서 말 타며 화염병으로 탱크를 무력화시키고 화살로 헬기를 박살내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활약은 거의 초인의 경지와 다름없다. 당시 소비에트 연방에 대항해 지하드(성전)를 벌인 의용군 ‘무자헤딘’은 미국의 지원을 암암리 받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자헤딘에는 21세기 초입에 발생한 최악의 사건 9.11테러(2001년)의 배후로 지목되는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도 있었다.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답게 《람보3》와 《비스트》에 등장하는 소련장교는 전쟁에 미친 살인마 캐릭터다. 흥미로운 건 소련과 맞짱 뜬 아프간 반란군(무자헤딘)이 극악무도한 골리앗(소련)에 대항에 싸우는 다윗마냥 매우 긍정적으로, 그야말로 성(聖)스럽게 묘사됐다는 점이다. 이들 작품에서 아프간 게릴라들은 소총 한 자루로 소련 기갑부대와 맞서 싸우는 숭고한 투사로 그려지고 있어 지금 시점에서 볼 때면 기분이 이상야릇하다. 


더욱이 《비스트》에서 아프간 반군 지도자인 타이(스티븐 바우어)는 소련의 탱크 지휘관 다스칼(조지 준쥬)로부터 버림을 당한 소련군 병사 코버첸코(제이슨 패트릭)를 포용하는 것도 모자라 동족을 잔혹하게 죽인 다스칼 일행을 살려서 돌려보내는 똘레랑스까지 발휘한다. 알카에다를 섬멸하고자 미국이 최근까지 아프간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른 사실을 고려한다면 역사는 실로 부조리의 연속인 듯하다. 

1980년대에는 아프간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소련이 악이었다면, 지금은 지하드라는 명분으로 테러를 서슴지 않는 무장 이슬람 세력이 악의 축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주장처럼 이데올로기가 대립하는 냉전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신자유주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반면에,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 할리우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냉전시대를 거쳐 문명충돌 이후에는 또 어떤 악이 탄생할까?


영화 《비스트》를 보며 언뜻 《연평해전》이 뇌리를 스쳤다. 비평의 각도, 제작취지, 시대정신 등에 따라 《연평해전》이라는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사실은 아직도 한반도 사람들은 ‘문명의 충돌’도 아닌 《람보》 시리즈가 풍미하는 ‘냉전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연평해전 포스터.


때론 전쟁영화에서 드러나는 휴머니즘이 실제 전쟁터에서 체감할 수 있는 휴머니즘인지, 또한 휴머니즘에도 보편성과 특수성이 존재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진짜 휴머니즘이라면 시대와 이념을 초월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느끼는 휴머니즘과 가슴 벅찬 감동이 시간이 흐른 후, 촌스러운 람보나 우스꽝스러운 똘이장군을 다시 볼 때처럼 민망함으로 변하지 않길 바란다. 


탱크 지휘관 다스칼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나치에 맞선 영웅이었으나, 아프간 전쟁에선 학살자와 다름없는 미치광이다. 이처럼 아무리 목적이 숭고하더라도 전쟁은 본질적으로 모순 덩어리이며 부조리의 총체. 또, 그 취지가 선하고 내용이 아무리 철학적이더라도 전쟁을 다룬 영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필연적으로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숙명을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예고편]


비스트

The Beast of War 
8.9
감독
케빈 레이놀즈
출연
조지 준쥬, 제이슨 패트릭, 스티븐 바우어, 스티븐 볼드윈, 돈 하비
정보
전쟁, 드라마 | 미국 | 111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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