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평행세계’이자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사이언토피아) ‘투모로우랜드’는 비극적 패러다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월트디즈니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듯하다. 월트디즈니사의 수많은 작품들이야말로 그 저변에 ‘긍정의 수맥’이 흘러넘친다. ‘하면된다’는 긍정의 힘을 케이시 뉴튼(브릿 로버트슨)과 프랭크 워커(조지 클루니)의 열연, 다이내믹한 액션과 화려한 특수효과로 펼쳐 보인다.
금융위기, 정치적 격변, 대량살상무기와 전쟁,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멸망할 수밖에 없는 지구의 유일한 희망을 역사 속 천재(에디슨, 테슬라, 쥘베른, 에펠 등)들이 개척한 차원이 다른 평행세계에서 찾는다는 발상은 꽤 신선해 보이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인류의 보금자리를 찾거나 이미 정착해 서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타 SF작품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듯하다.
물론, 평행세계조차도 자멸로 질주하는 지구의 멸망을 막을 수 없다. 영화 속 천재 과학자이자 투모로우랜드의 통치자 데이빗 닉스(휴 로리)의 말처럼 “빙하가 눈앞에 있음을 경고했음에도 오히려 그것을 향해 질주하는 타이타닉처럼 지구는 파멸을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비극적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무기가 꿈과 희망이라는 다소 맥 빠지는 자신감이라는 점.
SF고전 《스타워즈》와 같은 대작도 아닌 심심풀이로 보는 SF어드벤처에 철학적 감수성을 들이대는 건 견강부회의 과도한 진지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낙천성, 긍정, 자신감, 희망 등의 개념들이 너무 넘쳐나다 보니 이젠 듣기 싫은 구호나 프로파간다, 도그마(dogma)로 여겨질 정도다. 이러한 도그마들이야말로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무서운 이데올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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