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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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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09.06.0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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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돌베게, 2009.

누구를 위해 대한민국 헌법은 존재하는가?


유시민은 새삼스러운 면이 없진 않지만 대한민국의 헌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을 위한 헌법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을 정치, 경제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지배자들의 유용한 수단인가?

 

유시민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쟁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제시하며 그가 평소에 생각했던 바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대학시절 과격한 학생운동 경력 뿐만 아니라,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시절의 국회의원(열린우리당) 경력과 장관(보건복지부)까지 해먹었던 저자의 풍부한 경험들이 이곳 저곳 묻어나온다.


정치판에서 한발 물러서 소시민으로 돌아온 유시민은 스스로를 '지식소매상'이라고 규정했다. 즉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지식을 팔아먹는 글쟁이라는 것. 그는 지식소매상이라는 직업에 상당한 애착과 자부심이 있는듯하다.


전문가(학자)처럼 지식을 직접 생산하지는 못하지만 타인이 생산한 원자재를 맛깔나게 요리하고 가공해 지식에 목말라하는 소비자에게 품질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이른바 '지식 유통업자'가 되고자 한다.


진중권 교수가 미학 전공자임에도 정치사회, 언론계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혔듯이 유시민도 경제학자이지만 진중권 교수 못지 않은, 정치판을 요동치게 만드는 요주의 인물임이 분명하다.

특히 진 교수가 진보정당이나 각종 매체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을 추구했다면 유시민은 몸소 직업 정치인 생활을 하며 국회에서 각종 법안추진, 정부에 대한 정책제시 등을 통해 직접적인 정치행동을 구사했다는 차이가 있다.


진중권이나 강준만 교수가 정치성향이 무엇이든 나름 객관성을 추구하는 시사비평가라는 외재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것에 반해 유시민은 천상 정치인이라는 숙명적 이미지를 갖는 내재적 입장에 있다.


한때 개혁신당을 창당하며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그의 정치적 이미지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비록 현재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언제 또다시 정치판으로 뛰어들지는 당사자도 알 수 없는 운명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한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한국사회가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 가치에 합당하는 비용을 아직까지 지불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이 제시하는 자유 민주주의 가치와 여러가지 숭고한 기본권 보장 개념들이 현실에선 아직까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숨어 있다.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못박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주권은 헌법이 제시한 것처럼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평화적이고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로써 민족통일을 추진하고 있는가?


헌법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본질적 내용까지 침해할 수는 없다고 규정한다. 현 정부의 기본권 제한은 공공의 목적에 합당한가 아니면 본질적 내용마저 침해하는 반민주적, 위헌적 처사인가?


1987년 민주화 투쟁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쟁취한 대한민국의 헌법을 유린하는 자는 과연 누구였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불가침의 자유민주주의적 권리와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용했던 자들은 누구였는지를 제대로 성찰하지 않는 한 지극히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성된 헌법의 가치는 영원히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타주의를 배워야 한다. (101페이지)


종교권력이 세속권력과 한 덩어리가 되면 이성이 숨 쉴 공간이 사라진다. (137페이지)


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모든 것이 허용된다" ②권위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모든 것이 금지된다" ③독재국가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금지되며 법률이 허용한 것도 금지된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는가? (204페이지)


우리 마음 속의 왕을 죽여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견해는 우리의 문화유전자 안에 남은 침팬지의 그림자일 뿐이다. (211페이지)


후불제 민주주의 - 10점
유시민 지음/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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