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바로 앞에 역사적 진실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또렷이 박혀 있음에도,

서소문동의 서울시립미술관 자리가 예전 대법원 자리라는 걸 미처 몰랐다.

 뜻밖에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이름은 '시대유감'

전시회를 소개하는 브로셔 속, 사회·문화 비평적인 활자가 눈에 띈다.

1980년대 초 ’88올림픽과 ’86아시안게임의 서울 유치가 차례로 확정되면서 제5공화국은 산업화, 도시화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시키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를 장려하는 ‘3S’정책에 따라 대중매체는 급속도로 성장했고 각종 프로 스포츠가 출범했으며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는 등 일상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화려하게 변화되었다. 그러나 유례없는 대규모 유화정책은 도시와 농촌 간의 불균형, 분단의 현실, 불합리한 노동환경 등이 빚어내는 실제 민중들의 삶과 목소리를 외면하게 하고, 민주화를 향한 국민적 열망을 정치적 무관심으로 유도했다... 

80년대 시대유감을 감성(?)적으로 느끼며 미술관을 빠져나오니,

공교롭게도 덕수궁 앞에선 감옥에 간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무리들의 집회가 열리고...

군가 '멸공의 횃불'이 몹시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제대 이후 처음 들어본다.

시대유감을 미술관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서울 한복판에서도 온몸으로(!) 느껴야 하니,

지금도 체험해야 하는 시대유감은 더이상 '유감'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이건 뭐... 예술적 감성이 아니라 원초적이고 살벌한 '시대육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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