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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자유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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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9.07.2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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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엘리트 자유주의와 제국주의의 기원을 찾아서』, 박홍규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9. 

정치, 철학, 예술, 고전문학 등 전문 카테고리를 요리조리 넘나드는 전형적인 다작(多作) 지식인, 박홍규 교수. 특히, 세계사적으로 굵직한 획을 그은 역사적 인물들을 논하는 평전을 다방면 써왔기에 다음 저서에서는 누구를 어떻게 평가할지 기대되기까지 한다. 스스로 아나키스트라고 밝히기도 했던 박 교수는 아나키즘의 키워드를 자유, 자치, 자연으로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보다 더 마땅한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아주 적확한 듯하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자유주의 정치사상을 논할 때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자, 제레미 벤담과 더불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의 가치로 축약되는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 사상의 쌍두마차이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막연하게나마 접했던 인물로서, 로크나 루소 못지않게 대의민주주의의 태동과 원리를 철학적으로 접근할 때도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어느 철학자의 사상, 업적을 논할 때 긍정적, 부정적 요소는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듯하다. 대표작 <자유론>으로 대변되는 밀의 사상 역시 자유주의에 기반한 혁신적인 주장들이 엿보이지만, 시대적, 환경적, 지역적 제약에 따른 한계도 여실히 드러난다. 박 교수는 그 한계의 실타래를 19세기 대영제국의 팽창주의에 복무한 밀의 생애에서 찾는다. 식민지 인도를 착취하고 탄압하는 데에 앞장섰던 동인도 회사에서 평생 근무했던 밀이 저술한 <자유론>의 다양한 가치는 인도를 포함한 식민지배를 받는 비유럽세계(아시아, 아프리카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정치적 민주주의, 사상의 자유, 사회경제적 기본권(복지·노동) 확대 등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 시민에게만 적용돼야 한다는 밀의 오리엔탈리즘은 심지어 제국주의 지배의 정당화에 이용된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진화론과도 일정 부분 공통분모가 있어 보이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또, 고대 아테네 민주정 참여가 시민권 있는 남성에게만 주어졌듯, 밀의 민주주의 핵심주체는 유럽 내에서도 상부계층이다. 이 때문에 박 교수는 그의 사상을 전형적인 ‘엘리트 자유주의’라고 꼬집는다.  

반면에 마르크스와 같은 혁명적인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 사유제의 개선, 노동조합의 긍정적 기능 등 온건하지만 꽤 진보적인 발언들도 찾아볼 수 있다. 밀의 생애와 그의 사상을 돌이켜 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성찰해야 할 부분은 무얼까? 미개하고 야만스러운 인도는 통치의 대상일 뿐이라는 밀의 주장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민중은 개돼지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대한민국 어느 엘리트의 망언과 이와 비슷한 마인드에 기반한 망동들이 21세기에도 버젓이 활개친다는 것. 그러한 엘리트 자유주의자들이 고작 한두 명일까? 이에 비하면, 노동권 존중, 여성의 투표권, 동성애 자유 등을 주장한 19세기 밀의 사상은 차라리 선구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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