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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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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09.05.1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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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첫번째 화두, '공포'
예술의 경지로 승화된 과학적 스포츠


레너드 코페트/이종남 역, 『야구란 무엇인가』(The new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 황금가지, 2009.


1845년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최초로 야구 규칙을 만듦. 1846년 9명이 한팀이 되어 경기가 운영되도록 규칙이 재정비. 같은해 '니커보커'가 야구 경기를 처음 시작. 1871년 미국 프로야구 탄생. 1884년 오버핸드스로 투구 가능.(기존엔 언더만 가능) 1887년 스트라이크 존 도입. 1888년 스리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1893년 투구거리 60피트 6인치(18.44m)로 늘림. 1895년 인필드플라이 규칙 제정. 1900년 변화구 스트라이크 판정을 위해 홈플레이트가 오각형으로 바뀜. 1901년 아메리칸 리그 결성(내셔널리그와 함께 2대 리그 체제 갖춤). 1936년 뉴욕 쿠퍼스타운에 명예의 전당 개관.


수많은 현대 스포츠 중에서 야구처럼 두통을 일으킬 만큼 복잡한 규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흥행, 상업성이 뛰어난 스포츠는 없는 듯하다. 1973년 아메리칸 리그에서 수비는 하지 않고 타자 역할만 하는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 것을 빼곤 야구 규칙은 1903년 이래 근본적인 변화 없이 지속되어왔다. 야구는 오랫동안 세계인들의 애정 세례를 받아온 축구와 함께 남녀노소 불문하고 엄청난 수의 고정팬을 보유한 강력한 권력자다.


야구는 지극히 과학적인 원리와 규칙들이 적용되지만 미묘한 심리적 요소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또한 미식축구나 농구처럼 몸싸움이 거의 없지만 치고, 뛰고, 던지고 받으며 미끄저지는 다이나믹한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고 골프나 당구처럼 정교한 타격과 현란한 투구 테크닉이 수반된다. 위기 상황 때 강타자를 헛스윙으로 아웃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타자가 담장을 넘겨버리는 홈런 연출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영화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종합 예술로 격상시킨다.


하지만 야구는 스타급 선수가원맨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팀웍(조직력)이 잘 된 팀이라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복싱이나 레슬링 등의 격투기처럼 불굴의 파이팅 정신이 충만하다고 해서 관중들의 갈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냉혹한 스포츠이며 어이 없는 순간의 실수(에러, 보크, 폭투 등등)나 행운(날씨, 심판판정, 조명, 잔디 등등)이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야구에는 인생처럼노력, 행운(운명)...필연과숙명의 요소가 공존한다.


60년 동안 야구 기자로 활동하며 야구와 관련된 수많은 저서를 남겼고 92년 명예의 전당에서 J.G.테일러 스핑크 상을 수상한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야구를 예술적 과학, 육체보다 정신이 우선되는 스포츠로 분석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야구팬들에게 던진 첫번째 메세지는 타격에서의 공포다. 강속구로 날아오는 공과 대면해야하는 타석에서의 공포야말로 야구를 설명하는 첫번째 화두라고 설명한다.


타자는 지름 2.896인치(7.29cm)의 공을 가장 굵은 부분이 2.75인치(7.0cm)를 넘어서는 안되는 배트로 0.5초 이내에 도달하는 공을 0.25초 이내에 칠것인지 말것인지 타격 결정을 해야한다. 안타를 치기 위해선 배트가 공의 중심으로부터 1.2cm이상 빗나가지 않도록 접근해야하며 혹시 몸쪽으로 날아들면 피할 수 있는 준비도 갖추어야 한다. 공포를 무릅쓰고, 과학적 논리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타격이 이뤄지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심지어 살인적인 강속구를 멀리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상황이 구장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타자였던 스탠 뮤지얼은 생애 통산 타율이 고작 0.331이었다. 저자는 아무리 뛰어난 타자, 허접한 투수라도 확률적으로, 통계적으로 세번 타석에서 두번은 반드시 죽는다고 담담히 말한다.


요컨대 야구 경기를 주도하는 자는 바로 투수다. 거의 직선으로 비행하는 직구(fastball), 타자로부터 멀리 아래쪽으로 꺽이는 커브, 느린 직구라고 할 수 있는 체인지업(change of pace), 직구와 커브의 중간형태 슬라이더, 역회전 커브인 스크루볼, 거의 회전하지 않고 홈플레이트에서 지랄같은 불규칙 변화를 일으키는 너클볼, 마지막 순간에 허무하게 뚝 떨어지는 싱커, 침이나 바셀린 등의 이물질을 발라서 던지는 더러운 스핏볼(속임수 투구) 등의 별별 구종이 다 있지만 대부분의 타자는 오직 두종류만 생각한다. 겁나 빠른 공(직구)과 느려터진 공(변화구).


저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로 1907년(19살) 메이저리그 무대에 등장해 워싱턴 세네터스에서 활약한 존슨을 꼽았다. 그는 형편없는 팀에서 활동했지만 사이 영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승수인 416승을 올렸다. 레너드 코페트가 존슨을 위대한 투수로 꼽은 이유는 위대한 성적도 있지만 인간미 있는 선수였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유격수의 결정적 에러로 싹쓸이 2루타를 맞았음에도 존슨은 오히려 에러를 범해 풀이 죽은 그를 팔로 얼싸 안으며 위로 해줬다고 한다. 참고로 존슨은 110개의 완봉승, 3,508개의 탈삼진, 56연속 이닝 무실점, 1:0의 완투승 서른여덟번, 3천이닝이 넘은 통산 방어율은 2.17이었다.


레너드 코페트는 타격과 피칭 외에도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요소로서 수비, 베이스 러닝, 감독, 사인, 벤치, 지명타자, 심판원, 구장 등을 분석했다. 그는 지극히 과학적인 법칙들이 적용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불확실성이야말로 날마다 치르는 야구를 재미있고 볼 만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감독을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찌질이로 만드는 원인이 바로 예측불허, 변화무쌍한 야구의 속성때문이다. 그는 구장 막후에서 벌어지는 요소인 미디어, 원정경기, 프런트, 스카우트, 통계, 기록, 구단주, 선수노조, 커미셔너, 에이전트 등을 낱낱이 파헤쳤다.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의 변화중에 부정적인 3대 요소로 인조 잔디, 무작위 구단 증설, 마이너리스 약화 등을 거론하고 반대로 3대 개선으로는 미디어 발달, 플레이오프 제도, 도루 부활 등을 뽑았다. 인조 잔디는 불규칙 바운드 등을 통한 부당한 안타를 유도하고 선수의 부상 위험도 야기한다. 구단 증설은 유능한 인재들을 여러 팀에 분산함으로써 메이저리그 전체를 하향평준화 시킨다고 보는듯하다. 이는 곧 마이너리스의 약화와도 관련있다. 탄탄한 기반을 갖지 않고선 훌륭한 메이저리그도 기대할 수 없다는 지론이다.


반대로 TV중계 기술의 발달은 야구팬들의 눈을 더욱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기술적 안목도 많이 넓혀줬다. 특히 플레이오프 제도는 야구팬들에게 야구의 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보너스 선물이다. 경기에서 도루의 활성화는 홈런과 같은 장타 의존에서 벗어나 필드 플레이를 더욱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득점 루트의 다양화를 시도함으로서 팬들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노파심 섞인 레너드 코페트의 여러가지 걱정과 충고는 야구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요소는 무엇이며 야구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한국 야구에 대한 성찰도 유도한다.


150년이 넘은 미국야구는 그 역사만큼이나 풍성하고 기반도 튼튼하다. 프로야구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유지될 수 있다고 하지만 야구를 통해 얻는 즐거움 자체는 자본주의 시스템과는 관계없는 오묘하고 신통방통한 즐거움이다. 선발 투수의 구질과 타자의 공략, 타자 스윙 시스템과 포수 사인,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수비 포지션, 주자의 베이스 러닝과 견제, 감독 성향, 심판마다 조금씩 다른 스트라이크 존, 구장마다 천차만별인 외야 길이와 펜스구조 및 파울존 ...야구 한게임에서 볼 수 있는 요소만도 수십, 수백가지이며 순간순간 별의별 요소가 개입된다. 결정적인 순간 투수의 손가락 움직임 하나, 구장 위를 맴도는바람의 변화에 따라 게임이 결판날 수도 있다. 야구는 육체를 움직이는 과학적 스포츠이자 비과학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멘탈(mental) 스포츠이며, 예상할 수 있지만 결코 속단할 수 없는 카오스(chaos) 그 자체다. 그래서 우리는 야구를 예술이라 부른다.


★재밌는 구절

구든은 클레멘스에게 직구를 던졌다. '구든'의 직구를 클레멘스는 포수 게리 카터를 돌아보며 물었다. "지금 저 친구가 던진 공이 내가 던지는 것만큼 빠릅니까?" 이는 곧 '나도 저만큼 빠른 공을 던지는가요"라는 물음이었다. "그야 물론이지" 그러자 클레멘스는 혼자 생각했다. 저토록 빠른 공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쳐댈 수 없다. 타석에서 빠른 직구의 위력을 스스로 체험해 본 그는 그 뒤 정교한 투구배합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빠른 직구를 최대한 활용했다. 그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 (81페이지)


임종 직전의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이 애브너 더블데이 장군을 불렀다. "여보게 야구를 꼭 살리게. 이 나라에선 언젠가 그게 필요하게 될 거야" 필자는 누군가가 야구 당국 관계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었으면 싶다. "야구 이야기가 끊이지 않게 하시게. 언젠가 필요하게 될 게 아니고 매일, 지금 당장 필요한 거니까" 자, 우리끼리도 지금 당장 야구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61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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