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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9.04.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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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TIM BURTON),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새터, 1999.


"각양각색의 존재들을 향한 뜨거운 애정"


기괴하고 평범치 않은 존재들을 음습한 공간에 내던져 보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팀버튼의 작품들 속에 공통으로 나타는 건 동화의 순수함과 현실의 잔혹함인 듯하다.


우울한 배경에 코믹한 캐릭터를 집어넣거나, 지극히 고요하고 아늑한 일상에 결코 평범치 않은 돌연변이 녀석을 등장시켜 생뚱맞은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결국엔 우리의 세계관을 혼란케 하는 테러를 자행한다. 그럼으로써 관객의 감정 변화를 미친년 치맛자락 휘날리듯 질풍노도의 풍랑 속으로 이끌어 속을 뒤틀리게 하는 팀버튼이야말로 잔혹한 연금술사다.


재미있지만 그다지 유쾌하진 않고 슬프지만 그렇다고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도 아닌 지랄맞은 이야기. 우스꽝스럽지만 소리내어 웃으면 왠지 욕먹을 것 같은 엉거주춤한 감정을 관객이나 독자의 무의식 속에 잉태하게 하는 팀버튼은 잔인한 심리 마술사이기도 하다.


그의 동화 속에 등장하고 있는 기형적이고, 우스꽝스럽고, 징그럽고, 더럽고, 해괴망측하게 생겨먹은 비운의 주인공들은 현실 세계에서 소외되고 격리되어 이웃들에게 놀림 당하는 소수자들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굴(oyster)로 태어난 아들을 정력강화 식품 먹듯 한입에 잡아먹은 잔인한 아버지는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 동화 속 비극은 저쪽 세상의 그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의 우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살아가는 것이 왠지 씁쓸해진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타인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자들이 비정상인가, 그들을 비웃고 농락하는 것도 모자라 쓰레기 취급하며 돌팔매질하고 식칼로 갈기갈기 찢여 한입에 털어넣는 세상이 비정상인가.


팀버튼은 못생겨도 자꾸 보면 왠지 귀엽고 정이 가는 그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암암리에 표출하고자 한 것 같다. 기괴한 모습으로 그려진 다양한 캐릭터들은 눈으로 보이는 비정상적 외형을 상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비정상적 사고(思考)라며 비난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과 기발한 생각을 가진 자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루하고 짜증나고 씁쓸하면서도 잔인한 현실에서 벗어나 창공을 자유롭게 나는 새처럼 살고자 하는 자유지향적 세계관이 숨어 있으며, 그런 것들을 꿈꾸는 이른바 비정상적 존재들에게 대한 뜨거운 동지애와 휴머니즘이 팀버튼에게 있는 듯하다.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 8점
팀 버튼 지음, 윤태영 옮김/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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