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하지만 낯설진 않은 미스터리 액션?


◆초반은 농촌 가족 드라마= 닭살 돋는 일부 숏들과 불쑥불쑥 뛰어들어 설명하는 과도한 친절함은 어색하기 이를 데 없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지나친 친절함과 부자연스런 플롯 전개는 전형적인 촌스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영화 초반, 농촌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가족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짜증을 유발하더니, 느닷없이 전개되는 뱀파이어 액션에선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이질감마저 선사한다.  

◆한국형 뱀파이어? 성장통 이야기?= 양복쟁이들이 주인공 집으로 쳐들어왔을 때, 작은 마녀(배우 김다미)가 선보인 만화 같은 액션은 무법자들을 무찌르는 서부 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상당히 마초적이었다. 물론 여성액션, 남성액션이 따로 있진 않겠지만, “야~ 이거 마초적이다!”라는 감탄사가 자동 발사된다. 마녀가 생쥐마냥 뇌 실험을 당했던 곳에서 펼쳐지는 하이테크 액션은 할리우드 뱀파이어 액션과 일치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보는 듯 메이크업, 의상 콘셉트마저 데칼코마니. 막판의 훈훈한 가족애는 <늑대소년>류의 성장통 분위기까지 풍긴다. 

◆뤽 베송의 <루시> 잔상이 아른거려= 언제부턴가 뇌(Brain)를 소재한 영화들이 SF, 액션, 스릴러 등 장르와 상관없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인간의 뇌 사용량을 혁명적으로 높여서 그 능력을 증폭시킨다는 콘셉트로 나온 <루시>의 잔상이 자꾸만 아른거려 <마녀>의 러닝타임 내내 껄쩍지근한 입맛을 다시게 했다. 또, 뱀파이어가 피를 마셔야 하는 것처럼 약물을 주사해야 힘을 발휘하고 생존할 수 있는 설정은 낯설지 않다.

◆김다미, 하지원에 이은 액션퀸?= 누가 뭐래도 <마녀>는 액션물이다.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영화 속에서 수수께끼 같은 궁금증을 1도 찾을 수 없다. 스릴러의 재미를 주며 2편을 기대하도록 의도한 마지막 장면은 다소 어리둥절. 한편, 한국영화에서 ‘액션퀸’으로 불릴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배우는 아마도 ‘하지원’이 아닐까? 그녀의 액션 연기에는 전지현, 신민아 등이 근접하지 못하는 장인정신이 엿보인다. 김다미가 새로운 액션퀸으로 등극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기대감은 충분히 준 듯하다. 

◆독특한 아우라, 김다미=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카메라 각도에 따라 피겨퀸 김연아의 아우라마저 느끼게 해 오히려 상당히(!) 신선했다. 순수함과 강렬함을 버무려 자신만의 독특함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을 충분히 증명한 듯하다. 반면, 조민수의 연기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배역이 적절했는지는 의문. 영화 속 사이코패스들이 흔히 뿜어내는 차가운 광기를 즐기기엔 살짝 부족한 느낌, 오히려 배우 최우식의 싸늘한 살기가 인상 깊었다.


◆총평= 신선하진 않았지만 후속편을 기대할 만큼의 임팩트는 있었다. 불편한 포만감 보다는 다소 부족한 허기가 낫다. 작은 마녀에서 큰 마녀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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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Hidden, 2015, 미국)

○감독: 맷 더퍼(Matt Duffer), 로스 더퍼(Ross Duffer)


인간과 좀비, 괴물을 판별하는 경계선은?


뱀파이어 소재 영화로는 스피어리그 형제가 만든 《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혈액이라는 희소가치를 둘러싼 인간과 뱀파이어 간의 권력구도가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과정이 사회경제학적으로 의미심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에 나온 좀비 영화로는 키아 로취-터너 감독의 《웜우드, Wyrmwood, 2014》가 독특했다. 인간과 좀비라는 대립을 넘어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수 있다는 묵시록적 스토리와 더불어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 자체가 천연자원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도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 《히든, Hidden, 2015》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디 아더스, The Others, 2001》만큼이나 등장 캐릭터의 정체성을 순식간에 뒤바꿔놓는 반전을 가진 좀비 영화다. 아빠, 엄마, 딸 3명은 300일 넘게 지하 벙커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아마도 벙커 밖에는 무자비한 괴물이 존재하기 때문인 듯하다. 미구엘 엔젤 비바스 감독의 《익스팅션, Extinction, 2015》에서 좀비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하고 소녀와 아버지 등 몇 명만이 숨어 지내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벙커에 비치된 통조림으로 연명하던 어느 날, 몰래 들어온 생쥐 한마리가 비상식량을 훔쳐 먹었고 이 쥐를 잡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가 발생한다. 환풍기 역할을 하는 통로를 통해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자 일가족들은 괴물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챘을 거라는 극도의 불안감과 결국 그들이 찾아올 거라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드디어, 그로테스크한 기계소음을 내며 찾아온 괴물들. 그들은 가족들 입장에선 괴물이었으나 좀비는 아니었다. 무장한 인간, 즉 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가족들이 살았던 지역에서 미지의 바이러스에 사람들이 감염되고 좀비로 변하자 정부는 해당지역을 초토화시켰던 것. 벙커에 숨어 지내던 가족들이야말로 생존한 괴물, 곧 좀비였다.

《히든》이라는 영화의 특징은 좀비가 인간들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인간들이 소수의 좀비를 사냥한다는 역발상, 요컨대 좀비는 약자이며 여전히 인간이 강자라는 적자생존의 구도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또한, 좀비라고해서 해괴망측한 외모로 변하는 건 아니며 마치 뱀파이어처럼 극한의 한계상황에서 분노를 폭발할 때만 좀비의 야수본성이 나온다는 컨셉이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아웃사이더)로 전락한 신인류가 지하세계에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점, 어둠속에서 형체가 서서히 드러나듯 이야기의 실마리가 조금씩 노출되도록 설계한 감칠맛 나는 연출력 등이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존재들도 이들을 제거하러 온 인간들만큼이나 인간본래의 고유성, 인격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약한 좀비이든, 무자비한 괴물과 다름없는 인간이든 과연 인간과 괴물을 구별 짓는 경계선,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자꾸 맴돈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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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잔인한 이웃(Frygtelig lykkelig/Terribly Happy, 덴마크, 2008)

○감독: 헨리크 루벤 겐즈(Henrik Ruben Genz)


부조리는 공동체의 자양분?


모래알 같은 부조리들이 서로 뭉쳐 돌처럼 견고하게 굳으면 공동체를 유지하는 상식이 돼버린다. 그 상식체계는 구성원들이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 기반을 무너트리거나 그 잠재적 가능성이 있는 존재는 사회적 왕따 또는 마녀사냥을 당하기 마련이다. 덴마크 영화 《잔인한 이웃》은 모래들이 돌로 변하고,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는 기묘한 화학적 작용을 재치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무엇보다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대도시 코펜하겐에서 한적한 시골로 발령을 받은 경찰 로버트(배우: Jakob Cedergren)는 공동체에 달라붙은 이물질 같은 존재, 즉 아웃사이더다. 반면, 평화로운 마을의 정적을 수시로 깨트리는 죄르겐(Kim Bodnia)과 그의 아내 잉거리즈(Lene Maria Christensen)는 공동체에 균열을 일으키는 눈엣가시, 내부의 적으로 간주된다.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로버트는 불안과 욕망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파편화된 개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잉거리즈의 존재성은 로버트의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감정(욕망)을 스스럼없이 노출하는 그녀의 독특한 캐릭터로 인해서인지는 몰라도 로버트의 연민은 경찰이라는 직업적 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사사로운 욕망으로 변질된다. 바로 그 시점부터 등장인물들은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의 묘미는 이물질 같은 로버트가 공동체 구성원으로 극적으로 편입되는 절묘한 과정에 있다. 로버트의 욕망이 불러온 잉거리즈와 죄르겐의 죽음은 오히려 공동체에겐 절호의 기회로 작용한다. 부조리한 공동체는 때때로 개인의 불안을 잠식하지만 궁극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마을 구성원들이 마녀사냥터로 늪지를 이용하듯, 로버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조리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마녀사냥을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 선봉에 서 있는 부조리의 극단적 현상이다. 부조리한 공동체와 공범관계를 맺고 나서 보이는 로버트의 구토는 마치 장 폴 샤르트르가 묘사했던 《구토》가 연상된다.

빼도 박지도 못한 처지에 처한 로버트의 당황스러운 모습은 잠시뿐, 진짜 부조리는 그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마을 사람들의 카드놀이에 동참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더 큰 부조리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러한 공동체에 대해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내리기가 몹시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Frygtelig lykkelig’, ‘Terribly Happy’라는 점, 우리말로 의역하면 ‘지독한 행복’쯤 될 것 같다. 로버트는 자의반 타의반 지독한 행복에 빠져든 것일까? 그는 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조리의 존재가 돼버렸다.


한편으론, 부조리의 공동체에도 그 임계점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우리 사회 임계점의 적정수준은 어디까지일까? 그 임계점을 넘는 순간, 과연 견고한 돌은 산산조각이 나고 모래알로 흩어질까?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으며 유럽을 대표하는 영화제 중 하나인 체코 카를로비바리영화제에서 대상(2008년)을 수상한 《잔인한 이웃》은 자정작용 능력이 있는 공동체가 감당해 낼 수 있는 부조리와 그 한계점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몹시 지독한 작품이다.



잔인한 이웃 (2015)

Terribly Happy 
9
감독
헨리크 루벤 겐즈
출연
야콥 세더그렌, 킴 보드니아, 르네 마리아 크리스텐슨, 라스 브리히만
정보
드라마 | 덴마크 | 99 분 | 2015-05-1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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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2014)
△감독: 브래드 버드

긍정의 과잉은 소멸의 존재를 지치게 한다

종말로 치닫는 지구, 그 시한부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긍정적인 상상력, 즉 희망! 천재 감독으로 인정받는 브래드 버드 감독의 《투모로우랜드》에 함축된 메시지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평행세계’이자 누구나 꿈꾸는 유토피아(사이언토피아) ‘투모로우랜드’는 비극적 패러다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월트디즈니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듯하다. 월트디즈니사의 수많은 작품들이야말로 그 저변에 ‘긍정의 수맥’이 흘러넘친다. ‘하면된다’는 긍정의 힘을 케이시 뉴튼(브릿 로버트슨)과 프랭크 워커(조지 클루니)의 열연, 다이내믹한 액션과 화려한 특수효과로 펼쳐 보인다. 

금융위기, 정치적 격변, 대량살상무기와 전쟁, 환경파괴 등으로 인해 멸망할 수밖에 없는 지구의 유일한 희망을 역사 속 천재(에디슨, 테슬라, 쥘베른, 에펠 등)들이 개척한 차원이 다른 평행세계에서 찾는다는 발상은 꽤 신선해 보이지만,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인류의 보금자리를 찾거나 이미 정착해 서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타 SF작품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듯하다. 

물론, 평행세계조차도 자멸로 질주하는 지구의 멸망을 막을 수 없다. 영화 속 천재 과학자이자 투모로우랜드의 통치자 데이빗 닉스(휴 로리)의 말처럼 “빙하가 눈앞에 있음을 경고했음에도 오히려 그것을 향해 질주하는 타이타닉처럼 지구는 파멸을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비극적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무기가 꿈과 희망이라는 다소 맥 빠지는 자신감이라는 점. 

SF고전 《스타워즈》와 같은 대작도 아닌 심심풀이로 보는 SF어드벤처에 철학적 감수성을 들이대는 건 견강부회의 과도한 진지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낙천성, 긍정, 자신감, 희망 등의 개념들이 너무 넘쳐나다 보니 이젠 듣기 싫은 구호나 프로파간다, 도그마(dogma)로 여겨질 정도다. 이러한 도그마들이야말로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무서운 이데올로기다. 


한편, 영화를 보며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엔트로피》가 살짝 떠올랐다. 아인슈타인이 과학적 진실로서 가장 강조한 개념인 열역학 제2법칙.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한방향으로만 변한다.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엔트로피 증가의 속도는 늦출 수 있을지언정 멈출 순 없다는 점에서 세계는 결국 파멸로 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평행세계에서 유토피아를 구축하기 전에 이미 세계는 엔트로피가 더 이상 증가할 수 없는 그 극한(소멸상태)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긍정의 강요보다는 비극적 소멸을 먼저 인정하는 현실직시가 먼저일 터.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라는 종족이 겸손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투모로우랜드》에서는 겸손보다는 신대륙을 발견하고자 하는 콜럼버스의 과도한 자신감만이 엿보인다.



투모로우랜드 (2015)

Tomorrowland 
7.3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조지 클루니, 휴 로리, 브릿 로버트슨, 라피 캐시디, 팀 맥그로
정보
SF | 미국 | 130 분 | 2015-05-2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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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돈나(Madonna, 2014)
△감독: 신수원

영화 《마돈나》의 마돈나가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마돈나가 아닌 글래머의 아이콘 마돈나(마돈나 루이스 치코네)를 의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돈나 별명을 가진 미나(권소현)의 쓸쓸한 죽음은 거의 성모 마리아만큼 부조리하고 비극적이다. 좌변과 우변이 같은 항등식이 아닌 미지수 x값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하는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대면한 것 같은 느낌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방정식 속 x가 제시하는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아리송하다는 것에 있다.

미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학교도 중도에 포기한 채 생계를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여성 캐릭터다. 미나를 상대하는 직장 내 남성들은 성적억압 기제와 맞물려 ‘갑질’을 일삼는 계급사회 내의 착취자이며 권력을 남용하는 억압자로 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전 최선을 다했어요…언제나”라고 되뇌일 정도로 시스템에 복종하는 순한 양으로 묘사된다. 자신을 농락한 직장상사 사무실에 고작 대변을 누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다.

VIP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 역시 미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계층임에도 미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대척점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아이를 대하는 두 여자의 다소 상반된 모습을 통해 감독은 미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해림은 원하지 않은 아이를 강물에 던져 버렸지만, 미나는 아기야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축복해 주는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모성애를 양념으로 곁들인 이러한 윤리적 방정식이 현실에선 무척이나 불편하고 고리타분하게 다가올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인권을 무시한 도덕주의는 종종 체제유지를 위한 아젠다 또는 프로파간다로 악용된다.

굳이 페미니즘적이고 급진적이며 과격한 방정식을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x의 답을 찾는 구태의연한 과정이 오히려 역겨움과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컨셉은 지극히 감상적이고 때론 충격적이었지만 신파극 뺨치는 결말은 결코 감동스럽지도 파격적이지도 못했다. 재산을 노리고 시한부 아버지의 생명을 늘리고자 고군분투하는 상우(김영민)의 부도덕함에 철퇴를 가하는 권선징악의 방정식도 상당히 헐거운 느낌이다. 통쾌한 복수와 응징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 속 미나가 수긍할 수 있는 보다 격렬한 투쟁의 방정식이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

[예고편]


마돈나 (2015)

Madonna 
8.1
감독
신수원
출연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유순철, 변요한
정보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5-07-02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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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The Midnight Meat Train, 2008)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

무관심과 익명의 편안함에 길들여질 수 있는 시공간 ‘도시’, 그 속에서 기생하는 도시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동수단 지하철.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그 지하철을 몹시 낯설게 만든다.

도시는 갈수록 몸집이 불어나는 괴물 리바이어던이 돼버렸고, 지하철 노선은 산소와 영양을 함유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마냥 막힘이 없다. 전쟁터로 총알받이 병력을 실어 나르는 수송열차처럼,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서 뉴욕 메트로는 괴물들에게 인간을 희생제물로 갖다 바친다. 과연 그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깊은 밤 도시 땅속을 질주하는 지하철은 움직이는 도살장과 다름없다. 도살된 소나 돼지를 말끔하게 다듬는 날렵한 손놀림처럼, 해머로 사람의 숨통을 끊고, 내장을 제거하고 이빨과 눈알을 뽑고, 털을 깨끗하게 밀어버려 먹기 좋은 고기로 제공한다. 호러에 가까운 액션 판타지를 제작해 온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마치 관객 자신이 도륙당하는 느낌이 들만큼 절묘한 앵글을 선보인다. 목이 잘려나간 승객의 시선에서 바라보게끔 하는 로우앵글과 거울효과(피해자가 살인자를 보는 시선)는 섬뜩 그 자체.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의 매력은 피 튀기는 살육 현장 이면에 숨은 욕망들의 상징성을 교묘하게 보여주는 독특한 화법에 있는 듯하다. 뉴욕 도시 풍경을 찍는 사진작가 레온 카우프만(브래들리 쿠퍼)이 탐사 저널리스트나 사립탐정처럼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끈질김은 퓰리처 정신이나 정의감이 아닌 아트 갤러리스트(브룩 쉴즈)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출세욕에서 출발한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형국으로 몰고 가는 레온의 애인 ‘마야’(레슬리 빕) 역시 속물근성을 보이긴 마찬가지.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급변하는 레온의 욕망(육식, 공격적 섹스욕구, 폭력성 등) 변화는 피와 살점이 낭자하는 살벌한 도살장이 달콤한 육즙이 넘쳐대는 풍성한 축제의 공간으로 돌변하는 것만큼이나 당혹스럽다. 봉준호의 《설국열차》에서 상반되는 계급간의 치열한 투쟁을 목격할 수 있었다면,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서는 우리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욕망들이 꿈틀거리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설국열차보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 더 끌리는 건 욕망은 계급을 초월할 만큼 모든 존재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예고편]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2008)

The Midnight Meat Train 
5.4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슬리 빕, 비니 존스, 브룩 쉴즈, 로저 바트
정보
공포, 미스터리 | 미국 | 97 분 | 200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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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함정(Deep Trap, 2015)

△감독: 권형진


뱀의 꾐에 빠진 아담과 이브


일차적으로, 영화 《함정》은 김기덕 감독의 작품처럼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존심 강한 페미니스트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소지도 있어 보인다. 이브가 뱀의 꾐에 넘어가 아담을 끌어들이고, 모두가 죄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듯 《함정》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주체성도 자존감도 없는 수동적인 욕망덩어리로 비치기 때문이다. 

남도 외딴 섬에서 가히 후레자식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의붓오빠 성철(마동석)과 함께 영혼 없는 존재, 그림자처럼 살고 있는 민희(지안), 아기를 잃어버린 유산의 트라우마에 허우적거리다가 부부관계를 회복시켜줄 거라는 희망에 함정 속으로 빨려 들어간 소연(김민경)이 바로 그렇다. 


영혼을 잠식하는 욕망


하지만, 부부금슬의 복원을 기대하고 남편에게 이른바 ‘오입질’을 시키는 소연이 자존감 없는 욕망덩어리라면, 남편 준식(조한선)은 그야말로 무책임하고 의지박약의 욕망덩어리다. 무엇보다 결혼 5년째 아이가 없는 준식과 소연은 예측하지 못한 함정에 빠져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상황에 처한 무고한 주인공들처럼 보이진 않는다.

준식과 소연은 욕망에 눈이 멀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간과한 불나방 같은 존재들이고, 후레자식 성철은 이를 능청스럽게 악용하는 ‘야차’ 같은 캐릭터다. 언제나 그렇듯 악마는 인간의 욕망을 미끼로 영혼을 잠식한다. 영화 《함정》은 각자의 욕망들이 거칠게 부딪치며 피가 낭자하는 질펀한 카니발이다.


마동석=처키의 능청+악마의 잔혹함


자칫 무자비한 호러물로 전락할 수 있는 작품이 나름대로 스릴러의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된 데에는 마동석의 역할이 커 보인다. 영화 배경이 바다로 가로막힌 섬이라는 것 일뿐, 여느 농촌풍경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무대를 몹시 낯설게 보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동석의 얼굴에서 처키의 능청스러움과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의 잔혹함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마동석과 더불어 재발견된 배우는 역시 벙어리 민희역을 맡은 지안이다. 눈빛과 몸짓으로만 감성을 표현해야 하는 민희라는 인물에서 왠지 김기덕 감독의 <섬, 2000>에서 ‘서정’이라는 여배우가 연기한 ‘희진’이라는 캐릭터가 떠오른다. 물론 희진의 아우라가 너무나 강해 민희의 포스가 묻혀버리는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치미 속에 숨은 팜므파탈의 향기, 상식을 넘어선 맹목적 집착과 광기가 묘하게 겹치며 어른거린다.


최고의 스릴러… 낮은 평점과 관객수는 안습


언제 터질지 모를, 최대한으로 부풀어 오른 풍선을 만지는 것 같은 극도의 긴장감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함정》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성철이 던져준 닭 모가지를 날렵하게 채가는 산고양이의 연기력은 탄성을 자아낸다. 지저분한 공포물로 끝날 수 있는 스토리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연출력도 돋보였다. 근데 비평가 평점과 누적관객수가 의외로 신통치 않아 아쉽다.   



함정 (2015)

Deep Trap 
7.6
감독
권형진
출연
마동석, 조한선, 김민경, 지안, 강승완
정보
범죄, 스릴러 | 한국 | 96 분 | 2015-09-10
글쓴이 평점  

Posted by 아나키안

△영화: 프레스티지(The Prestige, 2006)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마술과 연극의 기묘한 공통점


마술의 최고 단계를 뜻하는 ‘프레스티지’를 구현하면 말 그대로 명성(prestige)을 얻는다. 그 명성은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감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마술은 연극과 매우 흡사하다. 

굳이 연극의 3대 요소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결국 무대예술은 관객의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점에서 언제나 상대성을 띠고 있는 듯하다. 영화 《프레스티지》는 그 상대성을 초월하고자 하는 두 마술가들이 벌이는 치열한 대결을 그리고 있다.

《프레스티지》의 주인공이자 마술가로서 라이벌,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와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이 ‘집착’의 극한까지 치닫게 되는 이유도 본질적으로는 관객에게 놀라움과 즐거움, 즉 감동을 주기 위함이다. 


부조리의 마술… ‘시지포스’의 고단함


두 캐릭터의 극한대립은 공간이동 마술에서 절정에 이른다. 로버트와 알프레드가 고유의 자기존재성을 내던지면서까지 얻고자 했던 공간이동술은 마술의 최고단계인 ‘프레스티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험난하고 부조리한 여정은 마치 세포가 자기분열과 증식을 반복하듯 끊임없이 떨어지는 바위를 계속 밀어올려야 하는 시지포스(Sisyphus)의 고단함처럼 비친다. 

특히, 로버트의 공간이동은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그야말로 예술가의 집요한 집착, 또는 작품에 만족하지 못해 망치로 도자기를 산산이 깨부수는 도예가의 고독한 숙명처럼 보인다. 하지만 《프레스티지》에서 그 숙명이 그다지 숭고하게 보이지 않는 건 무한, 절대에 대한 예술가의 동경이 아닌 치졸한 복수심과 졸렬한 경쟁심리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술과 과학의 중첩, 빅토리아 시대


《프레스티지》의 독특함은 관객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돋우기 위해 스토리 전개의 질서정연한 배열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복합적으로 구성했다는 점, 실존인물이자 미스터리 과학자로서 토마스 에디슨의 라이벌이었던 ‘니콜라 테슬라’를 이야기 구성의 중심인물로 등장시켰다는 점, 빅토리아 시대의 미장센을 은유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는 점 등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고 있던 1837년부터 1901년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이 산업화, 근대화로 전진하는 과도기다. 요컨대, 마술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넘어가는 중첩된 시대를 《프레스티지》는 그려내고자 한 것 같다. 


예술이 주는 감동의 본질은…


자기와 빼닮은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손가락까지 똑같이 잘라내며 공간이동 마술을 시현한 알프레드는 전근대성을 상징한다. 반면에 과학자 테슬라의 도움을 받아 마술과 과학을 접목시킨 로버트에게는 ‘무한복제의 근대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 캐릭터 모두가 선보인 공간이동은 본질적으로 자기희생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관객들은 한층 진보된 로버트의 마술에 열광한다. 

한편으론 《프레스티지》는 발터 벤야민이 언급했던 ‘아우라’를 생각하게 한다. 예술작품의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유일한 현존성, 바로 ‘지금’, ‘여기’에서 도출되는 오직 단 하나의 그것! 무한복제를 반복하는 로버트의 공간이동 마술은 파격적이고 과학적이지만 알프레드의 그것보다 감동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프레스티지 예고편]


프레스티지 (2006)

The Prestige 
8.1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휴 잭맨, 크리스찬 베일, 마이클 케인, 파이퍼 페라보, 레베카 홀
정보
스릴러, 판타지 | 영국, 미국 | 130 분 | 200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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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나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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