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화단에 앉아 스마트폰질 하고 있는데 웬 아주머니께서 소금을 건네주고 가신다.
그것도 황토에 구운! 고마우신 분이다.
하늘에는 따스한 빛이 내 손에는 소중한 소금이…

뒷면을 보니 천국과 지옥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영혼마저 말려죽이는 자본주의 이승이 지옥 같은데...
그래도 나는 죽어서도 푸른 지구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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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나키안

정신상담을 진행하는 어느 유명한 (유학파) 전문가의 건방지고 영양가 없는 텍스트 때문에 하루 종일, 아니 반나절 정도 기분이 꿀꿀했다. 괜히 읽었어... 피터 팬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을 거론하는, 이른바 ‘자라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조언을 읽으며 상당한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본질적 원인을 간과한 채 현상에만 주목하는 몹시 권위적인 주입식 처방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령 근본원인을 안다고 해도 딱히 치료하기 힘든 것이 사람 마음이 아닌가. 어쩌면 나 자신이 자라지 않은 어른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이러는 지도 모르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우울증, 절망감, 상실감 또는 분노, 슬픔에 찌든 사람들을 위해 각종 해법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입담을 듣거나 그들의 책들을 읽다보면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내뱉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미래를 낙담하는 청년들을 위로한답시고 내지르는 거룩한 잠언도 내게는 이상하게 잠꼬대로 들렸다.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고 그 책임을 기꺼이 짊어질 수 있어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하는, 유치원에서나 들을 법한 설교를 아직까지도 들어야 하는 현실이야말로 또 다른 우울증을 유발하는 정신적 테러와 다름없다. 한편으론 현존 사회에 충실한 노동자로 길들이기, 객기 부리거나 반항하지 않는 근면성실한 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신교육 프로그램처럼 다가온다. 과연 온전한 책임을 질 수 있는 합당한 옵션(선택)들이 우리 사회의 대다수 청장년들에게 존재했는지 되묻고 싶다. 


시스템 정비는 나 몰라라 한 채 말로만 천 냥 빚 갚는 수구적인 태만으로 느껴진다. 뒤틀린 사회구조를 도외시 한 채 지극히 개인적인, 미시적인 관점에서만 정신분석을 시도하며,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상투적인 충고는 “사회불평 그만하고 철 좀 들라”는 꼰대식 발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공허한 외침이다. 그들이야말로 ‘설교 콤플렉스’, ‘가르치기 콤플렉스’, ‘지도자 콤플렉스’에 걸린 자들이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신화 속 존재들을 끄집어 내거나, 별 관심도 없는 유럽권 철학자와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들먹이는 입바른 소리는 이젠 지겹다. 그들이 인용하는 유럽 지식인들이 정작 유럽에서도 인지도 있는 지식인인지 가끔 의심스럽다. 번역과 난잡한 해석을 통해 그들의 지적 업적을 설명해줘도 별로 감흥이 없는 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다 자란 어른들이 만든 전혀 어른스럽지 못한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어른다운 어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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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의욕적으로 움직였던 하루 같은데, 

보람 있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은 귀갓길,

시골에선 서산마루에 걸터 앉은 천연덕스런 태양을 바라봤지.

이곳에선 좁디좁은 골목길 끝 옥탑방 안테나에 걸린 멍텅구리 태양을 본다.

해가 지고 차가운 밤이 오면 음습한 방구석에서 

내일의 빛나는 태양을 꿈꿔야 정상이지만,

자꾸만 지구 멸망의 빛나는 카오스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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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병 원장의 담론, 나름 의미는 있었다


나는 <월간 조선>에서 함익병 원장이 일부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처럼 구라를 치거나 위선적인 작태를 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솔직하게 내뱉은 생각이 본의 아니게 심각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심지어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화두도 던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솔직한 멘트가 모두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병자의 솔직한 넋두리를 굳이 정색하고 귀담아 들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함 원장이 미친놈이라는 말은 아니다. 국가, 민주정치, 자유와 평등 등 가장 원론적이지만 막상 토론하려면 쉽지 않은 주제들을 풀세트로 차려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혹독한 민주화 투쟁을 거론하며 함 원장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민주화 투쟁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죄인 취급하는 것은 더더욱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안철수를 비롯한 현실 정치에 대한 그의 생각에 맞장구를 칠 것까지야 없겠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개인 소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는 자기 돈으로 해야 깨끗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누가 굳이 반대하겠는가?


다만, 그의 독서에는 약간의 의심이…


<백년손님- 자기야>라는 TV프로그램에 출현해 재미있는 캐릭터를 보여줘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누린 그에 대한 최근 인터넷에서의 뜨거운 논쟁을 보며 전반적으로 든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정치학, 철학, 토론수업을 비롯해 교양 함양을 위한 제대로 된 독서가 절실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는 것. 


김훈 소설을 좋아하며 요즘은 <당태종 평전>을 읽고 있다는 그의 독서량이 얼마나 많은지는 몰라도 균형 된 독서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알아도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 인간적인 삶에 대해선 성찰하진 않았을 거라고 감히 추론한다.


제대로 배운 철학자(철인)의 기준은 누가 판단?


“독재가 왜 잘못된 건가요? 플라톤도 독재를 주장했습니다. 이름이 좋아 철인정치지, 제대로 배운 철학자가 혼자 지배하는 것, 바로 1인 독재입니다. 오죽하면 플라톤이 중우(衆愚)정치를 비판했겠습니까. 아테네 민주정의 전성기인 페리클레스(Pericles) 시대도 20년을 넘겼습니다. 독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dogma)입니다.” <‘월간 조선’ 인용>


플라톤이 독재를 주장했다고 독재정치도 진리, 선(善)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이른바 권위 있는 지식인이나 종교인의 언급을 인용해 자기주장을 정당화하는 자기합리화의 일종으로 분석한다. 문제는 그 본질적 권위마저 상당수가 비판한다면 그에 기댄 주장 자체도 설득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특히, 함 원장의 주장은 독재를 효율적인 정치로, 민주주의를 중우정치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민주주의 제도는 독재정치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민주주의 꽃이라 하는 선거를 보더라도 민주주의는 대체로 돈과 정열이 많이 소비된다. 사실 효율성만을 따진다면 선거연령 18세 이상 조정안 반대나 세금 낸 사람만 투표하자는 주장 자체도 필요 없다. 막말로 선거 안하고 독재자가 국회의원부터 시장, 구청장 등을 지정하면 그만이다. 


인터뷰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가 경제발전 운운하며 독재를 옹호하는 논리를 편 것은 박정희 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아까워 영화도 보지 않는다는 함 원장에게 민주주의의 시끌벅적한 축제 한마당을 느껴보라는 건 무리한 요구인가? 


그의 논법은 도그마를 비판하면서 또 다른 도그마에 갇혀 버린 형국으로 보인다. 도그마라는 개념 자체가 독단적인 신념을 뜻한다는 점에서 독재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존재(사상, 이념)의 참여를 원천봉쇄하기 때문이다. 민주정치의 다양성, 사상의 존중, 표현의 존중 차원에서 독재정치를 지지하는 의견마저 존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악용이다. 민주주의는 독재를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민주와 독재는 태생적으로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그의 논법을 똑같이 동성애 문제에 차용할 수 있다. 이른바 플라토닉 사랑은 원래 플라톤의 동성애에서 유래한다. “플라톤도 동성애를 찬양했습니다. 이름이 좋아 플라토닉 사랑이지 이성애처럼 맘에 맞는 동성끼리 즐기는 숭고한 사랑인 것입니다.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도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동성애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도 하나의 도그마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만큼 그의 독재 합리화는 궁색하게 보인다.


▲라파엘로의 작품 <아테네 학당>에서 이데아의 세계인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가운데 왼쪽)보다 현실세계를 상징하는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마음에 와 닿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완벽한 본질(절대선), 영원성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현실을 망각해버리지 않을까. 절대, 영원, 완벽, 순수, 지고지순, 질서라는 말들은 독재자들도 자주 내뱉는 정치수사이다.  물론 나는 아리스토텔레스 바로 앞에서 삐딱한 포즈로 자빠져 책을 읽고 있는 디오게네스를 더 선호하지만...


철인정치가 귀족, 군인, 평민, 노예 등 고대 아테네의 계급사회를 전제로 한 정치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부르주아의 등장과 함께 사회계약론을 근거로 탄생한 근대국가론과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것 같다. 노예제에 기반한 독재정치, 철인정치를 흠모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이념을 부정하는 반역이라고 확대 해석하고 싶진 않지만, 니체의 초인이론을 정치적으로 악용한 히틀러나 플라톤 철인정치를 독재정치의 정당화 도구로 이용하는 함 원장의 논리나 별반 다름없어 보인다. 


더구나 철인정치는 함 원장처럼 똑똑하고 머리 놓은 사람(엘리트)이 독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현상을 초월하는 이데아를 인지하는 자를 가리키는데 그건 또 누가 판단하는가? 요컨대,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공자의 덕치만큼이나 현실에서 절대 실현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이데아일 뿐이다. 


과신오류가 빚어낸 독재 찬양


“민주정치도 오류가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지고지선(至高至善)이 아니듯,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1960년대부터 민주화했다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이 발언은 마치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며 잘 먹고 잘사는 게 우선이라는 어르신들의 비아냥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실 민주주의는 밥 먹여 준다. 독재보다 먹을거리가 많다. 그나마 군사독재가 그 정도에 끝나기에 한국사회가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이 운전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럼에도 교통사고는 무지 많이 발생한다. 독재자는 자기가 그 누구보다 백성들을 사랑하고 정치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자아도취, 안하무인 정치가 독재다. 자아도취가 심해지면 독단이 되고 광기로 발전한다. 기본적으로 자신은 높이 평가하면서 타인은 평가절하 하는 일명 ‘과신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만 잘났다며 부하 직원 무시하는 직장상사나 본인만 제대로 된 정치를 한다는 독재자나 똑같다. 과신하는 직장상사 밑에선 부하들이 고달프지만, 과신하는 독재자 밑에선 온 국민들이 피곤하다.


<월간 조선>에 나온 한 줌도 안되는 피쳐기사 몇 줄로 함익병 원장의 가치관, 철학 전체를 단정 지을 순 없다. 좀 더 지켜볼 필요성과 기회 부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떼거리로 달려들어 인신공격성이 강한 극단적인 단어들을 남발하는 숙청작업, 테러행위는 썩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게 있다면 최소한 사회지도층에 속하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이라면(의사가 지도층이 아니라고 항변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조금이나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신촌에서 미용 피부과를 개원한 그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준 고객은 대부분 군대도 안가고 세금도 그다지 많이 내지 않았을 젊은 여성들이었을 것이다. 독재정치, 박정희 정권 옹호론이 아닌 그의 주고객이었던 여성들의 문제를 비롯한 청년층,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 등에 대해 소신발언했다면 그를 더 좋아했을 것이다.(※교육문제를 제외하고 이러한 질문이 없었다는 점에서 인터뷰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고대 아테네 공화정은 밑바닥에서 개고생한 노예들이 받쳐줬기에 가능했다. 함 원장이 지금의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개고생하는 비정규직, 실업-취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경제 취약계층, 여성들, 힘없는 사람들을 아테네의 노예처럼 바라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월간조선 기사 :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I&nNewsNumb=2014031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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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나키안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에서 이상과 현실의 씁쓸한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그 괴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자타공인 진보단체로 인식되는 NGO,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대면할 때, 피부로 느낄 정도로 이른바 <우리 안의 파시즘>이 그들 내면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들도 본의 아니게 많이 당해서일까? 


낯섬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와 존재의 스펙트럼을 이리 저리 재며 섣불리 단정하는 그들만의 정치적 바로미터가 종종 짜증나다 못해 안쓰러울 때가 있다. 피해의식과 자기보호 본능이 결합하며, 상처 입은 짐승마냥 낯선 타인을 배척하는 진보의 수줍은 작태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보수보다 촌스럽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자본주의적 속물 성향을 혐오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속물이 돼가고 있다. 정부기관으로부터 일거리를 수주하는 하청업체, 기업 후원금을 받는 홍보 기획사로 전락한 지 오래... 최소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대기업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호언했던 시민단체들은 진보, 보수를 떠나 그 간판을 떼야한다.


군사정권 시대였지만 저달러, 저유가, 저금리라는 이른바 3저 호황 속에서 취업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걸 했던 80년대 학번들은 어느새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기성세대, 기득권이 돼버린 그들을 더이상 신뢰해서는 안된다. 영어(English)는 미 제국주의 언어라고 게거품을 물었던 386 강남좌파들의 자식들은 영미권으로 줄기차게 유학을 가지 않나... 


후기 자본부의의 일회용 소모품으로 전락해 매일매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허덕이는 2030세대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새 젊은 것들은..." 하며 비난을 퍼붓는 꼰대들에게 "나는 당신들이 만든 X같은 이 사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격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로효친, 삼강오륜은 개나 줘버려. 


가끔 평범한 회사원이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운동가들보다 순수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만약에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도 진짜 혁명다운 혁명이 일어난다면 장담컨대 지금의 월급쟁이 운동가들이 그 주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직업 정치인, 시민운동가, 전문예술가, 대학교수, 법률가 등이 아닌 지리멸렬한 일상을 숨죽이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수많은 아웃사이더들이 일으키는 혁명이야말로 '모두가 춤출 수 있는 혁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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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나키안

2014.01.22 23:19 My Text/Essay

웃픈 현실...

요즘은 친구, 전 직장동료, 군대동기, 대학 후배, 뭐 그냥 대충 아는 사람...등 각종 지인들로부터 오는 전화를 잘 받지 않게 되는 소심한 나를 발견한다. 


평균 이하의 인적 네트워크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인맥마저 내팽개치는 나는 도대체 무언가. 그들이 더 이상 영양가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삶에 감동도 재미도 없어서일까. 


아니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나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서일까?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그들보다 훨씬 영양가도 없는 나에게 연락하는 그들의 진심은 또 무언지.


몇 년 전까지 시민단체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뜬금없이 카톡 문자가 온다. 간략한 안부 인사도 잠시, 커가는 아기처럼 물가도 오르고 갈수록 쪼들리는 생활형편 등 어쩌고 저쩌고… 결론은 "살기 힘들어 죽겠다!"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에도 성큼 대답하지 못하는 카톡의 빈 화면... 나는 결혼도 안했고 애도 없으니 그나마 나은 것인가, 아니면 더 최악의 속수무책인가… "나도 힘들다"는 말을 감히 할 수 없다. 


흐지부지 끝난 카톡 대화, 답답한 마음에 스마트폰 음악 어플에서 신나는 락, 메탈 장르를 랜덤으로 플레이해 본다. 


첫 곡, 기타 속주의 최고봉 이현석 형님의 ‘개털이야’ 하필이면 -,.- 다음곡 재생 버튼을 꾹~ 금주악단의 ‘형! 죽지마’... 이건 뭐... 세상 모두가 힘든가?  나도 너도 우리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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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순환선

 

해질녘 2호선 차창 밖 풍경은

도시의 슬픈 스크린이다.

객석의 얼굴들은
붉게 번진 석양을 바라보고
나는
소주 한 사발에 붉게 노을진
막노동판 일꾼의 지친 얼굴을 바라본다.

어느새
붉은 노을은 퇴장하고
밤의 환락이 등장하면
붉은 노을, 순간의 조연
붉은 레온싸인, 영원한 주연

노동은 짧고 자본은 영원하다.

서울의 태양은,
도시의 노동은,
그렇게 쇠락한다
싸구려 술냄새
시멘트 가루 냄새와 함깨...

 

글: 아나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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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나키안

소주

 

오장육부를 모두 토악질한다 해도,

삶은 소주만큼 능글맞게 독하다.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사랑은 소주만큼이나 유혹적이다.

어젯밤 소주에 넉다운 되어도,

오늘밤 또 퍼마시는 소주나

사랑의 아픔에 고통스러워 해도,

또다시 갈구하는 사랑이나

지독한 것은 마찬가지.

 

첫 잔, 자극적인 첫사랑처럼 흥분된다.

둘째 잔, 아픈 이별처럼 쓰디쓰다.

셋째 잔, 그리움에 못 이겨 속이 울컥거린다.

넷째 잔, 사랑의 허망함에 힘이 빠진다.

다섯째 잔, 모든 사랑을 의심해 광폭해진다.

여섯째 잔, 정답을 알 수 없어 정신이 몽롱해지다가

막잔에는 결국 生死가 귀찮다.

 

소주잔 속에,

생노병사의 애증과

사단칠정이 가득차 있으니

그 모든 걸 비워버린 빈잔에

무위(無爲)의 자유가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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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나키안
 TAG 사랑, 소주, 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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