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스포츠, 야구의 진수


투수와 타자의 1:1 도박 ‘원아웃’ 게임. 포볼 또는 투수의 공을 외야로 날리면 타자 승리, 삼진이나 내야땅볼이면 투수 승리. 일본의 만화 잡지 ‘비즈니스 점프’에서 카이타니 시노부가 연재한 스포츠 만화 ‘원아웃’(ONE OUTS)이 애니메이션(감독: 사토 유조)으로 제작돼 2008부터 TV로 방영됐다. 원아웃은 멘탈 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리는 ‘야구’의 요소를 드라마틱하게 구현했다.


시속 120km 안팎의 오직 직구만 던질 수 있는 주인공 ‘토쿠치 토아’. 그는 원아웃 게임의 무패를 자랑하는 오키나와 지역 길거리 투수. 뛰어난 제구력과 타자의 심리를 꿰뚫는 마운드 위의 통찰력은 리카온즈의 4번타자 ‘코지마 히로미치’의 눈에 띈다. 시즌 성적이 언제나 바닥권을 맴돌던 리카온즈는 토쿠치 토아의 영입을 통해 새로운 전환을 맞이한다. 무엇보다 원아웃은 기발한 게임전략과 승부수로 야구팬들을 흥분시킨다.


리카온즈의 구단주 ‘사이키와 츠네오’는 구단 성적에는 무관심하고 오직 금전적 수익에만 집착하는 최악의 자본주의 쓰레기 캐릭터. 야구 경력이 없는 주인공이 구단주와 맺은 이른바 원아웃 계약. 아웃 한 개(원아웃)를 잡으면 토쿠치 토야는 연봉을 대신하는 일정한 돈을 받지만 실점하면 오히려 구단주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리카온즈 감독 ‘미하라 유자부로’는 무능력의 극치를 달리며 구단주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강아지와 다름없다. 


원아웃은 야구 게임의 규칙과 기술을 조금이나마 하는 야구팬들에게는 거의 열광의 도가니를 선사하는 중독성 짙은 작품으로 보인다. 온갖 치졸한 짓을 서슴지 않는 구단주를 역으로 엿 먹이고, 사인 훔치기, 너클볼 조작, 도청 등 상대팀의 갖은 편법과 변칙 플레이를 와해시켜버리는 토쿠치 토야의 기상천외하지만 야구장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상황 설정은 원아웃이라는 작품이 갖는 매력 중 하나다.


덕아웃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어대고, 감독에서 오히려 지시를 내리거나 농구 게임처럼 수시로 타임아웃을 걸어 작전을 짜는 모습, 악덕 기업주처럼 묘사되지만 왠지 허당끼가 다분한 구단주와 감독의 코믹한 표정, 개성 넘치는 야구선수 캐릭터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유머… 


야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도박 애니메이션 원아웃은 거스를 수 없는 시스템에 갇힌 사람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졸(卒)의 역할을 수행하다 팽 당하면 그만인 소모품들이 오히려 바둑판의 대마를 움직인다. 그라운드 위의 졸들이 야구판을 조종하는 빅브라더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역의 역사가 원아웃이라는 작품에서 구현되고 있다.


[원아웃 오프닝 영상]

Posted by 아나키안

△드라마: 로스트 룸(The Lost Room, 2006, 미국 SyFy방영)

△감독: 크레이그 R. 백슬리, 마이클 W. 앳킨스


3차원계를 초월한 로스트룸…


형사인 조 밀러(배우: 피터 크라우스)는 수사중 우연히 모델룸 열쇠를 얻는다. 알고 보니 자물쇠가 설치된 모든 출입문을 열 수 있는 열쇠. 그런데 문을 열면 언제나 똑같은 상태의 모텔룸이 눈앞에 펼쳐진다. 원래 룸에 있던 물건(objects)이 아니라면 다시 들어갔을 땐 사라져버리고, 모든 것이 리셋(reset)된다. 더욱이 룸에 들어가 원하는 장소를 생각하고 출입문을 열면 바로 그곳으로 이동하는 신통방통한 열쇠와 룸이다. 3차원 세상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방이기도 하다.

 

3부작 시리즈 ‘로스트룸’(The Lost Room)은 어린딸(엘르 패닝)이 납치현장에서 벗어나고자 모델룸에 들어갔다가 갇혀 버린 후, 주인공 조 밀러가 딸을 찾아 헤매는 긴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극장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장르와 소재를 탐닉할 수 있는게 미드의 매력인 듯하다. 신선한 소재에 스피드한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능숙능란한 연기가 더해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드라마다.

문을 열면 언제나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 있는 모텔룸으로 안내하는 열쇠, 누구든지 머리에 대면 뉴멕시코 허허벌판으로 순식간에 날려 버리는 버스차표, 단번에 사람을 기절시키는 손톱줄, 날계란을 익히는 손목시계, 사람을 태워버리는 볼펜, 샷건을 맞아도 멀쩡한 바바리코트… 드라마 속에선 일상의 평범한 물건들(objects)이 전혀 다른 신비로운 기능을 갖는다. 


독특한 기능을 가진 수많은 오브젝트들을 모으는 ‘콜렉터스’와 이를 파괴하려는 ‘군단’의 활동이 동시에 전개된다. 옷장이나 액자 속 세계에서의 어드벤처 모험담을 펼쳐낸 나니아 연대기(The Chronicles of Narnia)처럼 ‘로스트룸’은 판타지에 기반하고 있지만, 미스터리 스릴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오브젝트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마틴 러버(데니스 크리스토퍼)와 다른 콜렉터스들은 범신론자들마냥 각 오브젝트에 신(神)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오브젝트에 미친 자들, 지금 우리의 자화상


하지만, 오브젝트 소유욕에 빠진 자들은 미치거나 죽는다. 이미 죽은 아들을 오브젝트들의 조합을 통해 되살리고자 하는 칼 크루츠펠드(케빈 폴락)와 오브젝트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마틴 러버(데니스 크리스토퍼)가 이를 보여준다. 죽은 자를 되살리려는 크루츠펠드의 소망은 아름다운 부성이 아닌 헛된 욕망으로 비춰진다. 특히, 열쇠처럼 사물 오브젝트가 아닌 스스로 오브젝트가 돼버린 인간이 나타나면서 획기적 반전이 펼쳐진다. 

한편, 드라마에서 데니스 크리스토퍼(Dennis Christopher)의 집착연기는 상당히 압권이었다. 다코타 패닝의 여동생 엘르 패닝의 귀여운 연기, 오브젝트 추적자(object tracker)로서 관련정보를 돈 받고 파는 배역(Suzie Kang)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마가릿 조(Margaret Cho)의 짧고 강한 연기도 잔재미를 선사한다. 


오브젝트는 사물, 물건이란 의미도 있지만 철학에서 대상, 객체의 의미로 쓰인다. 즉, 주체가 아니라 수단이라는 뜻.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기능을 가진 오브젝트들도 문제지만, 객체에 불과한 오브젝트에 영혼을 빼앗긴채 주객전도의 행동을 보이는 광기어린 인간들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속 오브젝트는 말 그대로 별난 물건이지만, 사람을 미치게 하는 돈(자본)이나 권력, 또다른 헛된 욕망들을 상징할 수도 있다. 로스트룸은 그 모든 욕망들을 집어 삼키는 블랙홀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드 <로스트룸>에 내포된 의미들 중에서 각기 찾은 메시지는 그 오브젝트만큼 다양할 것 같다.


[예고편]

Posted by 아나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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