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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2 구태의연한 방정식 풀이, 영화 ‘마돈나’

△영화: 마돈나(Madonna, 2014)
△감독: 신수원

영화 《마돈나》의 마돈나가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마돈나가 아닌 글래머의 아이콘 마돈나(마돈나 루이스 치코네)를 의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돈나 별명을 가진 미나(권소현)의 쓸쓸한 죽음은 거의 성모 마리아만큼 부조리하고 비극적이다. 좌변과 우변이 같은 항등식이 아닌 미지수 x값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하는 난해한 고차방정식을 대면한 것 같은 느낌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방정식 속 x가 제시하는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아리송하다는 것에 있다.

미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학교도 중도에 포기한 채 생계를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여성 캐릭터다. 미나를 상대하는 직장 내 남성들은 성적억압 기제와 맞물려 ‘갑질’을 일삼는 계급사회 내의 착취자이며 권력을 남용하는 억압자로 비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나는 “전 최선을 다했어요…언제나”라고 되뇌일 정도로 시스템에 복종하는 순한 양으로 묘사된다. 자신을 농락한 직장상사 사무실에 고작 대변을 누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복수다.

VIP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 역시 미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계층임에도 미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대척점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아이를 대하는 두 여자의 다소 상반된 모습을 통해 감독은 미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해림은 원하지 않은 아이를 강물에 던져 버렸지만, 미나는 아기야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축복해 주는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모성애를 양념으로 곁들인 이러한 윤리적 방정식이 현실에선 무척이나 불편하고 고리타분하게 다가올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인권을 무시한 도덕주의는 종종 체제유지를 위한 아젠다 또는 프로파간다로 악용된다.

굳이 페미니즘적이고 급진적이며 과격한 방정식을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x의 답을 찾는 구태의연한 과정이 오히려 역겨움과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컨셉은 지극히 감상적이고 때론 충격적이었지만 신파극 뺨치는 결말은 결코 감동스럽지도 파격적이지도 못했다. 재산을 노리고 시한부 아버지의 생명을 늘리고자 고군분투하는 상우(김영민)의 부도덕함에 철퇴를 가하는 권선징악의 방정식도 상당히 헐거운 느낌이다. 통쾌한 복수와 응징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 속 미나가 수긍할 수 있는 보다 격렬한 투쟁의 방정식이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

[예고편]


마돈나 (2015)

Madonna 
8.1
감독
신수원
출연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유순철, 변요한
정보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5-07-02
글쓴이 평점  

Posted by 아나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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