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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1 욕망을 깨우는 공포…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The Midnight Meat Train, 2008)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

무관심과 익명의 편안함에 길들여질 수 있는 시공간 ‘도시’, 그 속에서 기생하는 도시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동수단 지하철.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그 지하철을 몹시 낯설게 만든다.

도시는 갈수록 몸집이 불어나는 괴물 리바이어던이 돼버렸고, 지하철 노선은 산소와 영양을 함유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마냥 막힘이 없다. 전쟁터로 총알받이 병력을 실어 나르는 수송열차처럼,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서 뉴욕 메트로는 괴물들에게 인간을 희생제물로 갖다 바친다. 과연 그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깊은 밤 도시 땅속을 질주하는 지하철은 움직이는 도살장과 다름없다. 도살된 소나 돼지를 말끔하게 다듬는 날렵한 손놀림처럼, 해머로 사람의 숨통을 끊고, 내장을 제거하고 이빨과 눈알을 뽑고, 털을 깨끗하게 밀어버려 먹기 좋은 고기로 제공한다. 호러에 가까운 액션 판타지를 제작해 온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마치 관객 자신이 도륙당하는 느낌이 들만큼 절묘한 앵글을 선보인다. 목이 잘려나간 승객의 시선에서 바라보게끔 하는 로우앵글과 거울효과(피해자가 살인자를 보는 시선)는 섬뜩 그 자체.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의 매력은 피 튀기는 살육 현장 이면에 숨은 욕망들의 상징성을 교묘하게 보여주는 독특한 화법에 있는 듯하다. 뉴욕 도시 풍경을 찍는 사진작가 레온 카우프만(브래들리 쿠퍼)이 탐사 저널리스트나 사립탐정처럼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끈질김은 퓰리처 정신이나 정의감이 아닌 아트 갤러리스트(브룩 쉴즈)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출세욕에서 출발한다. 긁어 부스럼 만드는 형국으로 몰고 가는 레온의 애인 ‘마야’(레슬리 빕) 역시 속물근성을 보이긴 마찬가지.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급변하는 레온의 욕망(육식, 공격적 섹스욕구, 폭력성 등) 변화는 피와 살점이 낭자하는 살벌한 도살장이 달콤한 육즙이 넘쳐대는 풍성한 축제의 공간으로 돌변하는 것만큼이나 당혹스럽다. 봉준호의 《설국열차》에서 상반되는 계급간의 치열한 투쟁을 목격할 수 있었다면,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서는 우리 내면에서 잠자고 있던 욕망들이 꿈틀거리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설국열차보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 더 끌리는 건 욕망은 계급을 초월할 만큼 모든 존재들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예고편]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2008)

The Midnight Meat Train 
5.4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슬리 빕, 비니 존스, 브룩 쉴즈, 로저 바트
정보
공포, 미스터리 | 미국 | 97 분 | 2008-08-21
글쓴이 평점  

Posted by 아나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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