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해냄출판사, 2014.


조선시대에 박지원의 ‘허생전’이 있었다면, 21세기 초 대한민국에는 ‘완전변태’가 있다. 


연암 박지원이 ‘허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대의 사회와 정치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했다면, ‘완전변태’는 종교, 예술, 교육계의 썩은 종자들을 통해 욕망에 눈 먼 자들의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종교, 교육, 예술, 이 세 가지는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종교는 아프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 일보다 교세를 확장하는 일에 더 여념이 없고, 교육은 홍익인간을 만드는 일보다 사회적 소모품을 만드는 일에 더 주력하고 있다. 예술도 다르지 않다. 정신의 뿌리도 영혼의 뿌리도 간 곳이 없는 국적불명의 쓰레기들이 판을 치고 있다.”[192페이지]


번데기 시기를 거쳐 성충으로 변태하는 양식, ‘완전변태’. 바닥에 납작 엎드려 꼼지락거리는 애벌레가 화려하게 비상하는 나비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선 완전변태를 거쳐야 하고, 부귀영화에만 집착하는 속물도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완전변태’가 필요하다. 요컨대, 돈과 욕망을 향해 영혼 없는 좀비처럼 미친 듯이 질주하는 대한민국은 ‘완전변태’의 과정이 필요하다.


작가가 10편의 다양한 스토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가치의 정립’인 듯하다.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소중한 것과 하찮은 것 등의 기준을 올바르게 세우지 못한 자들을 시쳇말로 ‘개념 없는 인간’이라고 한다. 돈이 신으로 대접받는 세상에서 우리는 한마디로 개념 없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가치가 전도(顚倒)된 사회에 길들여진 소모품,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꿈과 자유를 잃지 않고 완전변태 과정을 이겨낸 아름다운 나비가 될 것인가? 


『완전변태』는 세상의 그늘진 곳에서 죽살이 치고 있으면서도 결코 자유의 꿈을 놓지 않는 곳곳의 애벌레들을 위한 눈물겨운 격려의 메시지다.  난해하고 감동 없는 글보다는 쉽고 공감을 주는 글이 백배 천배 낫다. 특히, 가벼우면서도 깊이를 갖추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외수의 텍스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구태의연하고 고답적인 죽은 글이 아니라 생생하게 꿈틀거리는 살아 있는 글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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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글쓰기의 공중부양>, 해냄, 2007.

요즘 대형서점에 가면 글쓰기(작문) 관련 서적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이미지(사진, 동영상)가 대세인 뉴미디어 시대에도 불구하고 텍스트의 중요성은 흔들리지 않은듯 하다. 하지만 과연 저 책들을 읽으면 순식간에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세상의 모든 작업이 그렇듯 치열한 인고의 세월이 없으면 그 분야의 고수가 될 수 없다. 글을 잘쓰기 위한 책들은 그저 안내서일 뿐이다. 결국 스스로 찾아가는 고된 여정을 거쳐야 공중부양은 환상에서 현실가능한 꿈으로 다가온다.

세상엔 다양한 개성을 지닌 고수들이 수두룩하다. 강호의 은둔(?) 고수 이외수 선생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다. 만화가 이두호 작가의 머털도사에 등장하는 누더기 도사가 연상된다. 정말 독특한 아우라다.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내공을 지닌 진짜 글쟁이 고수다. 그의 단어 선택과 문장배열에서 환희를 느낄 정도다. 엄청한 고행을 겪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지 화려한 테크닉이 아닌 온몸과 마음으로 쓰는 혼연일체, 물아일체의 필력이다.

작가가 주장하는 글쓰기의 공중부양 핵심은 1단계 기초배양, 2단계 잔머리 굴리는 문장기교 배양보다는 마음으로 쓰는 글쟁이가 되라는 것. 지적 허영을 드러내며 가식적인 문장을 남발하는 것은 차라리 죄악에 가깝다. 진실하지 못한 글은 쓰레기에 불과하며, 쓰레기를 무작위로 배출하는 글쓴이는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사기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

최고의 글은 진실한 단순함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상깊은 구절

소금이 설탕에게.
바다도 모르는 놈.
애들 이빨이나 썩게 만드는 놈.
비만과 당뇨의 앞잡이.

설탕이 소금에게.
우쒸, 너 개미 모아본 적 있어? (43쪽)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서 탈피하라. (97쪽)

예수나 부처는 인간에게 자비와 사랑을 가르친다. 하지만 작가는 인간에게 증오도 가르친다. (102쪽)

소화되지 않은 학문, 소화되지 않은 철학은 글쓴이를 위선자로 만들기도 하고 읽는 이를 청맹가니로 만들기도 한다. 허영은 국어사전 그대로 겉치레에 불과하다. (111쪽)

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인격의 표현이 아니라 인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엘리엇 (204쪽)

특히 글쓰기의 성패는 기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다. (222쪽)

나는 수많은 문학도들이 이상(李箱)의 흉내를 내다가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자들을 배설하고 자멸하는 모습을 보았다.....소인배들이 자신을 심오한 존재로 위장하기 위해 대가들의 흉내를 내지만 결과적으로 적나라한 치기만 드러낼 뿐이다. (248페이지)

자기만의 창법을 가질 수 없으면 가수가 될 수 없고 자기만의 색채를 가질 수 없으면 화가가 될 수 없고 자기만의 문체를 가질 수 없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 (273쪽)


글쓰기의 공중부양 - 10점
이외수 지음/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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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바보 바보』, 해냄, 2004.


이외수 작가의 글은 현란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있어서 좋다. 인위적인 고급미를 구현하고자 발버둥치는 삼류작가들과는 확실히 틀리다. 


간결한 문장에 의외의 깊은 뜻이 담긴 평범한 문장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발도 나름대로의 내공이 필요하다. 세상과 타협할 줄은 모르나 조화롭게 살 줄은 안다는 작가의 자신감이 베여있는, 진하지는 않지만 깊이가 있는 숙성된 차(茶)같은 에세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그 작가의 모든 글과 말이 진리가 아닐 뿐더러 그 문학적 표현에 억지로 동감을 느낄 필요도 없지만, 작가가 던지는 화두에 대해 나만의 방식대로 고민하며 작가와 (공격적이든 우호적이든)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책은 단순히 물질적 종이뭉치가 아닌 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이외수가 대체로(?) 훌륭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작가 자신의 입장보다는 독자의 감성에서 펜 노동을 한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머리에 먹물 꽤나 주입되어 있는 작자라면 말처럼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요컨대, 그의 글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천박하거나 상업적이지 않고 심지어 감동까지 준다.


★인상깊은 구절


그대가 젊은 나이에 인생역전을 절대적으로 로또 따위에 의존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대의 인생은 끊임없이 그대에게 잔인한 시련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불평하기 전에 그대를 먼저 개선하기를 권유한다. (24페이지)


얼마나 다른 개들에게 쪽팔릴까, 도둑의 집을 지키는 저 개는...(51페이지)


중언부언: 중의 말이 부처의 말이라는 뜻이 아님 (143페이지)


어리석은 사람이란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의 기분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177페이지)


이 나라의 기관이나 단체들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은 한결같이 등하시하면서 국민들에게 요구할 사안들은 한결같이 중요시하는 만성복지불감증후군에 감염되어 있다. (208페이지)


전인류를 용서해주시지 않는다면 자기도 같이 죽도록 해달라고 생떼를 써야 마땅한 노아였거늘, 아무도 모르게 배를 만들어 자기네 식구들끼리만 위기를 모면하다니, 아직도 천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노아 속은 모를 일입니다. (210페이지)

Posted by 아나키안



이외수, 『감성사전』, 동숭동, 2001.


나도 외수 행님처럼 나만의 감성사전을 만들어보고 싶다. 감성 차원에서 오직 하나의 보편적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단어란 있을 수 없다. 존재의 창에 비치는 유무형의 모든 이미지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정의가 아닌 나만의 독특한 시선이 입력되어 있는 나만의 사전, 그리고 그 두께가 두꺼울수록 살면서 그만큼 다양하고 깊은 사색을 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 인상깊은 구절


아침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찬란하지는 않다. (14페이지)


병살타: 세상살이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한꺼번에 놓쳐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46페이지)


모든 자연은 우주의 돌연변이이며 모든 생명은 신의 돌연변이다. (86페이지)


각설이: 끼니때마다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타령으로 깨달음(覺)을 설(說)하고 한 덩어리의 식은 밥으로 개런티를 대신하는 무명 연예인들이다. (129페이지)


파리는 부패를 촉진하고 부패는 또다른 생명의 탄생을 촉진한다. 인간에게 불필요한 존재가 지구에게도 불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146페이지)


삼각관계: 재능없는 작가들이 일용할 양식처럼 울궈먹는 작품의 뼈다귀 (158페이지)


똥: 대자대비의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또 하나의 부처님 (21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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