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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14 영화 ‘히든’… 좀비와 인간, 진짜 괴물은?

○영화: 히든(Hidden, 2015, 미국)

○감독: 맷 더퍼(Matt Duffer), 로스 더퍼(Ross Duffer)


인간과 좀비, 괴물을 판별하는 경계선은?


뱀파이어 소재 영화로는 스피어리그 형제가 만든 《데이브레이커스, Daybreakers, 2009》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혈액이라는 희소가치를 둘러싼 인간과 뱀파이어 간의 권력구도가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과정이 사회경제학적으로 의미심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에 나온 좀비 영화로는 키아 로취-터너 감독의 《웜우드, Wyrmwood, 2014》가 독특했다. 인간과 좀비라는 대립을 넘어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수 있다는 묵시록적 스토리와 더불어 자연을 착취하는 인간 자체가 천연자원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도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 《히든, Hidden, 2015》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디 아더스, The Others, 2001》만큼이나 등장 캐릭터의 정체성을 순식간에 뒤바꿔놓는 반전을 가진 좀비 영화다. 아빠, 엄마, 딸 3명은 300일 넘게 지하 벙커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 아마도 벙커 밖에는 무자비한 괴물이 존재하기 때문인 듯하다. 미구엘 엔젤 비바스 감독의 《익스팅션, Extinction, 2015》에서 좀비 바이러스로 세상이 멸망하고 소녀와 아버지 등 몇 명만이 숨어 지내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벙커에 비치된 통조림으로 연명하던 어느 날, 몰래 들어온 생쥐 한마리가 비상식량을 훔쳐 먹었고 이 쥐를 잡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가 발생한다. 환풍기 역할을 하는 통로를 통해 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자 일가족들은 괴물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챘을 거라는 극도의 불안감과 결국 그들이 찾아올 거라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드디어, 그로테스크한 기계소음을 내며 찾아온 괴물들. 그들은 가족들 입장에선 괴물이었으나 좀비는 아니었다. 무장한 인간, 즉 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가족들이 살았던 지역에서 미지의 바이러스에 사람들이 감염되고 좀비로 변하자 정부는 해당지역을 초토화시켰던 것. 벙커에 숨어 지내던 가족들이야말로 생존한 괴물, 곧 좀비였다.

《히든》이라는 영화의 특징은 좀비가 인간들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인간들이 소수의 좀비를 사냥한다는 역발상, 요컨대 좀비는 약자이며 여전히 인간이 강자라는 적자생존의 구도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또한, 좀비라고해서 해괴망측한 외모로 변하는 건 아니며 마치 뱀파이어처럼 극한의 한계상황에서 분노를 폭발할 때만 좀비의 야수본성이 나온다는 컨셉이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아웃사이더)로 전락한 신인류가 지하세계에 모여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점, 어둠속에서 형체가 서서히 드러나듯 이야기의 실마리가 조금씩 노출되도록 설계한 감칠맛 나는 연출력 등이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존재들도 이들을 제거하러 온 인간들만큼이나 인간본래의 고유성, 인격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약한 좀비이든, 무자비한 괴물과 다름없는 인간이든 과연 인간과 괴물을 구별 짓는 경계선,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자꾸 맴돈다.


※예고편

Posted by 아나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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