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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5 영화, 아나키스트의 상상력



Richard Porton/박현선 역
<영화, 아나키스트의 상상력/원제: Film and Anarchist Imagination>, 이후, 2007.


'번역'은 '반역'이라고 하더니만 이 책을 두고 말하는가. 아니면 애당초 반역 원본을 그대로 옮긴 충실함인가. 별로 두껍지 않은데 삼만 이천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은 아마도 고품질 종이 때문인가? 솔직히 나같은 룸펜에게 한권에 삼만원이 넘는 겸손하지 못한, 매우 건방진 가격은 아나키즘에 관심 있어하는 군상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든다. 별로 두껍지도 않더구먼...책은 아나키즘인데 가격은 반아나키적이다. 아니 지극히 악질 부르주아적이다.


또한 문장 구성이 매우, 너무, 지나치게 난해하다. 정독하지 않으면 문장이 너무 길어서 맥을 잡기가 힘들다.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이 주로 메이드 인 헐리우드나 유럽 중심 이어서 아쉽지만 저자가 그 바닥 인생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읽었다.


하지만 아나키 미학에 대한 명쾌한 답이나 기준을 내놓지 않은채 철학, 미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의 현란한 용어들만이 난잡하게 나열되어 있는 것 같아 읽다 보면 가끔 두통 증세가 나타난다. 무엇이 아니키 미학이고 무엇이 반 아나키적인지 그 기준을 명쾌하게 찾기란 쉽지가 않다. 영화에 들이대는 아나키 미학 요소들이 너무 파편적이어서 나같은 단순 무식한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소지도 있는 듯.


즉 아나키즘 철학을 정립시키지 못한채 잘난척으로 먹고사는 엘리트들이 단골로 써먹는 미학 용어와 어설픈 주류 좌파 사관들이 이곳 저곳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 몹시 불괘하다. 어차피 영화 리뷰라는 것이 비평하는 자의 주관에 따라 이현령 비현령이라지만 그 논리 전개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든다.


수많은 영화들에서 나오는 아나키즘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교정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는 아닌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나키스트들에 대한 행태가 왜곡되었다는 것인가? 아나키스트들을 욕하고 죽이는 다른 캐릭터들이 지랄맞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들이 잘못됐다는 말인가? 아니면 근현대 영화 작품들이 총체적으로 아나키즘이라는 이데올로기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는 말인지 헷갈릴 수 있다.


쉽게 풀어쓸 수 있는 아나키즘을 새끼줄 꼬듯이 오히려 비비꼬이게 함으로써 아나키즘에 대한 이해를 더욱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가.


하지만 다양한 실존 아나키스트들과 이론가들, 아나키적이든 반 아나키적이든 방대한 작품들을 집어 넣은 저자의 노고를 확실히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불완전한 아나키즘 접근에도 불구하고 아나키 관점에서 영화를 논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 또한 높이 평가해야 할 듯 하다.


★ 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허울 좋은 혁명의 승리보다 이 세기 혁명의 패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본문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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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나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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